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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면서 떠날 꿈을 꾼다.

by 자 상남자

올해 목표인 '책 24권 이상 읽고 책 리뷰 남기기'가 순항 중이다. 직장 근처에 근사한 구립 도서관이 있다는 것을 4년 만에 알게 되었다. 그래서 출퇴근길에 들어 책을 빌리고 반납하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올해 들어 벌써 3번째 책을 빌렸다.


초반에는 내가 미리 읽어보려고 메모해 둔 책을 찾아다녔는데, 요즘에는 도서관 여기저기를 훑어보는 것이 좋아졌다. 수필, 소설, 경제, 외국어, 여행 코너 등을 이리저리 여행하듯 돌아다니며 책 냄새를 맡고 읽어볼 만한 책을 고르고 있다. 이렇게나 많은 책들 사이에서 나에게 도움이 되고, 영감을 줄만한 책을 찾는 것은 참 힘든 일이기에 금광에서 금을 캐는 기분으로 이리저리 다니며 근사한 책을 발견할 때 얻는 쾌감이 있다.


요즘에 책을 많이 안 읽는 추세라고 해도 막상 도서관에 가보면 꽤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검색하고 찾고, 대출을 완료해서 책을 품에 안고 도서관을 나선다. 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을 보면 괜히 반갑고 그들의 삶이 책을 통해 더 나아지길 기원하게 된다.


지난번에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책을 구경하고 있는데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통화를 하면서 사람들이 없는 구역으로 걸어갔는데 마침 그곳이 '여행'책 코너였다. 내가 가 본 곳, 가보고 싶은 곳을 이미 다녀온 수많은 사람들이 나름의 여행 후기를 남겨놓은 곳 앞에서 지인이 뭐라고 했는지는 사실 잘 기억나지 않는다.


여러 여행 책들을 둘러보다가 먼저 나를 아련하게 만드는 책 하나를 발견했다. '파리에서 보낸 꿈같은 일주일, 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는 제목을 가진 박정은 작가의 책이다. 나 역시 지난 1월에 7박 8일 동안 파리에서 머물렀지만 유튜브 영상 몇 개, 블로그 글 몇 개만 남기고 여행이 끝나버렸는데, 같은 1주일을 지내면서 근사한 책을 한 권 발간한 박정은 작가의 끈기와 성실함에 경의를 표하게 되었다.

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jpg

'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는 책을 펼쳤다. 책이라는 창문을 뛰어넘어 파리로 뛰어 들어가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1월에 내가 걸었던 곳, 뛰면서 내 눈에 담았던 곳, 만져보고 맛보고 향기를 맡았던 여러 장소가 생생하게 펼쳐졌다. 그래, 그때 여기도 갔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맞아 여기 정말 좋았어. 비를 맞으며 센 강 주변을 러닝하고 나서 18시에 반짝이는 에펠탑 앞에 섰던 장면이 떠올랐다. 땀과 빗물로 흠뻑 젖은 상태에서 내리는 비 뒤로 보이는 에펠탑은 너무도 매력적이었다. '난 꼭 다시 파리에 올 거야'를 되뇌었던 내가 떠올랐다.


다음 책은 미 서부로 떠난 직장인 아빠의 렌터카 가족여행 프로젝트, '자동차로 떠나는 미국 서부 가족여행'이다. 영국, 프랑스를 포함에 유럽의 몇몇 나라를 다녀온 이후, 다음 여행지를 '미국'으로 정했기에 나와 같은 직장인으로서, 아빠로서의 고민이 투영되어 있을 이 책에 자연스레 손이 갔다.

자동차로 떠나는 미국 서부 가족여행.jpg

읽어보니 즉흥적인 여행을 40% 정도 포함하는 나와는 다르게 작가는 완벽한 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따라 움직이는 여행자 같았다. 도저히 따라 하지 못할 것 같은 계획과 일정, 하지만 그가 남겨놓은 세세한 후기는 다음 미국 가족 여행을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덴버에서 시작하여 서쪽으로 이동하여 라스베이거스를 지나 샌프란시스코까지 향하는 여행. 차창 밖으로 보이는 미국의 모습은 어떤 느낌일까?


유럽 축구를 직관하고 싶어서 정말 생생하게 그 장면을 떠올리다 보니 어느새 첼시, 맨체스터, 리버풀, 토트넘, 브라이턴, 맨시티 경기장에 앉아 있었던 나. 이제는 미국을 생생하게 떠올리기 시작했다.


출근하는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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