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프로필 속 너를 닮은 아이

by 정소정



난 친구가 별로 없다. 사람을 싫어하거나 사교성이 없는 성격은 아닌데 어쩌다 보니 외톨이가 되어버렸다. 아무래도 글을 쓰다보니 집중할 시간이 필요하고 그러다보니 자꾸만 핸드폰을 꺼놓게 되고, 편하게 술을 마시거나 어울리는 게 부담스럽고, 그런 식으로 혼자가 된 것 같다. 슬픈 어조로 말하면 한없이 슬픈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 슬픈 이야기는 아니다. 어린 시절, 그러니까 친구가 전부였던 학창시절도 있었다. 그 때는 많은 친구들과 어울리며 그 친구들을 웃게 해주려고 별 짓을 다 했다. 그 때 난 꽤 익살꾼이었다. 개그콘서트 같은 쇼들이 한창 히트치던 시절이라 거의 그런 느낌의 코미디도 주저하지 않았던 것 같다. 토크부터 몸개그까지 별 짓을 다 했다. 깔깔거리며 웃다 보면 십대시절의 고민이나 울적함 같은 것들이 웃음소리와 함께 그 순간만큼은 하늘로 흩어져갔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게 행복하던 시절이었고, 그 시절 친구들 중 몇몇은 지금도 가끔 연락을 한다.


그리고 연락은 잘 하지 않지만 연락처는 가지고 있는 친구들 소식이 궁금할 땐 가끔 카톡프로필을 본다. 그러다 프로필 사진을 아무리 뒤져도 친구 얼굴은 없고 친구를 닮은 아이얼굴만 있을 땐 나도 어쩔 수 없이 좀 슬퍼진다.


친구의 아이도 물론 너무 사랑스럽지만, 난 니 얼굴이 보고 싶은데... 아이가 너를 쏙 빼닮아 그 시절 뽀얬던 우리들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래도 친구야. 니 얼굴 좀 보여워. 누구 엄마, 누구 아빠 말고 너, 그냥 니가 너무 보고 싶다. 못 견디고 그렇게 수십 년 만에 카톡을 보낸 일도 몇 번 있었다.


아이들은 참 예쁘다. 미술관 로비 같은 곳에 앉아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엄마들을 보고 있으면 저 엄마도 한 때 저 아이처럼 예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자신과 닮은 아이에게 자신의 아름다움을 다 줘버린 것 같기도 해서, 왜 아이가 부모의 미래인지 알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나의 아름다움을 나눠줄 아이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시간의 때도 저물어갈 것이다. 언젠가 생기가 조금도 남지 않은, 물기 없는 몸이 되어버리는 날이 올 지도 모른다. 그 때까지 살아있다면, 그 때도 나는 내 얼굴을 좋아하고 싶다.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럴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그런 날에도 아직 살아있는 내 친구들의 주름지고 검버섯 핀 얼굴들을 보고싶다. 포동포동 귀여운 손주들 얼굴과 비교할 수 없이 못 났겠지만, 그래도 니 얼굴이니까... 난 그 얼굴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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