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브리저튼>

미드의 여왕의 손에 탄생한 절묘한 기획

by 정소정



12월 25일에 넷플릭스에 공개된 <브리저튼>은 줄리아 퀸의 원작소설을 <그레이 아나토미>를 제작한 미드의 여왕 숀다 라임즈가 영상화한 시리즈다. 시즌1은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솔직히 이런 스타일의 서양 시대극 로맨스를 좋아하는 취향은 아니라 기대 없이 플레이 버튼을 눌렀는데 시작 몇 씬 만으로 ‘존잼각’이 섰고 그 이후로 멈추지 않고 쭉 달릴 수 있었다. 역시 미드의 여왕이라는 수식은 아무나 얻을 수 있는 게 아닌가 보다.


숀다라임스_연합뉴스자료사진.jpg 숀다 라임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드라마는 19세기 초 런던 사교계를 무대로 펼쳐진다. 주인공인 브리저튼가의 맏딸 다프네가 사교계에 화려하게 등장해 여왕에게 그야말로 흠잡을 데 없는 ‘보석’같은 1등 신부 감으로 공인받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 공인이 그녀를 불구덩이로 몰아넣었다는 아주 흥미로운 레이디 휘슬다운의 내레이션이 이어지며 아주 짧은 씬 만으로 보는 이들의 관심과 호기심을 집중시킨다. 대체 왜? 라는 의문과 궁금증으로 이야기를 따라가게 하는 것이다. 거기에 다프네를 비롯한 사교계 여자들의 화려한 옷차림이 더해져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등장인물 간의 러브씬들도 화끈해서 초반부 몇 씬 만으로도 이 시리즈가 앞으로 어떤 재미를 선사할 지 예측가능하게 만든다. 물론 8화까지 순식간에 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그 기대는 깨지지 않고 멋지게 달성되고,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더 강력하고 자극적인 재미가 증폭된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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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자세하게 말하면 스포가 될 것 같아서 시리즈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이만하고, 그보다 이 시리즈 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이 시리즈가 공개되자마자 넷플릭스 전 세계 1위, 국내에서도 5위 권 안에 든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건 앞에 언급에 재미있는 스토리와 명성이 자자한 제작진 덕도 크겠지만 어쩌면 이 ‘소재’ 또한 기가 막힌 접근인 것 같다. 연애나 결혼이 더 이상 필수가 아닌 시대, 게다가 젊은 세대들의 취업이나 주거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연애나 결혼을 포기하는 청년층들이 늘고 있는 시대다. 어쩌면 지금 세대들에게 ‘결혼’이 가장 큰 판타지가 되어버린 게 아닐까? 여성향 웹 소설들을 훑어봐도 결혼이 얼마나 판타지인지 알 수 있다. 계약결혼 같은 결혼 코드가 최상위의 인기를 끌고 있는 소재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할리퀸류의 오래된 로맨스가 강력한 현재성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 시절엔 결혼에 인생을 걸었으며, ‘내 짝’을 찾는 게 서로의 운명을 좌우하는 강력한 사회적 약속이었다. 그런 것들에 의탁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현대인들에게 어쩌면 그런 치트키가 존재하고 그걸 비판적으로 생각할 필요조차 없던 과거는 한편으로 따뜻한 가상의 세계다. 그 가상의 세계에 존재하는 브리저튼 가의 어머니는 자식들의 이름도 알파벳순으로 지으셨다. 첫째부터 앤소니, 베네딕트, 콜린, 다프네, 엘로이즈, 프란체스카, 그레고리, 히아신스!


브리저튼원작소설.jpg 브리저튼 원작소설


메인스토리인 다프네의 신랑 찾기 이야기와 함께 레이디 휘슬다운 찾기를 서브 스토리로 진행된다. 이 곁가지 스토리가 굉장히 재미있는 게 보면서 계속 누가 이 풍문을 만드는 휘슬다운인가 함께 찾아보게 된다는 거다. 마지막에야 정체가 드러나는데, 그 순간의 희열이 있다. 눈치 챈 사람에게는 맞췄다는 쾌감이! 몰랐던 사람에게도 진실을 알게 된 순간 오호 그래서 그 타이밍에 레이디 휘슬다운의 소식지에 그런 이야기가 실렸던 거군! 이라고 무릎을 치게 만든다. 이런 스타일의 로맨스가 취향이든, 그렇지 않든, 동시대 콘텐츠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누구라도 이 시리즈를 보시길! 어쩌면 가장 오래된 것이 가장 새로운 것이라는 격언을 절묘하게 설명해주는 기획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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