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하는 봄 생각
요즘 날이 참 춥다. 연일 영하 십도 아래로 내려가는 강 추위다. 정말 오랜만에 겨울다운 겨울이 온 것 같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무서우면서도 반갑다. 이래야 여름이 남긴 벌레들이 죽는다고 한다. 이 추위도 곧 사라지고 춘곤증이 밀려오는 봄이 올 거란 게 믿어지지 않는다. 윤석철 트리오의 ‘춘곤’이란 곡을 틀어놓고 글을 쓰는 중인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좋은 날도, 그렇지 않은 날도 어차피 다 사라지기 마련이다.
아쉽거나 후련하거나 어느 쪽이든 우리는 이 시간들을 다시 만나지 못 할 것이다. 지금 이 불행한 시기가 누군가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 페이지로 기억될 수도 있다. 누구에게나 엄마 아빠의 두 손을 꼭 잡고 땅에서 하늘로 들어올려지는 일곱 살은 행복한 것처럼. 지금 이 순간에도 여섯 살에서 일곱 살이 되는 아이가 있고, 또 뭐든 가능할 것만 같은 스무 살도 있을 것이다. 이 불행의 시절에도 모두가 불행한 것만은 아니듯 나의 오늘도 어둡기만 한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