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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소정 Nov 26. 2020

맛있는 소고기국밥 한 그릇



소고기 국밥은 흔한 듯 흔하지 않은 음식이다. 어디에나 있을 것 같지만 막상 먹으려고 하면 내가 원하는 말갛고 빨간 소고기국밥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서울에서는. 내 고향은 부산이다. 해운대 소고기국밥이 나에게는 소고기국밥의 원형이다. 소고기 무국에 밥을 말아 빨간 고춧가루를 뿌린 듯한 느낌의 이 해운대 소고기국밥은 뜨끈하고 값도 싸서 해운대 가는 길에 한 그릇 먹고 가기 딱 좋다. 


운 좋게도 지금 내가 사는 집 근처에 맘에 드는 소고기국밥을 만드는 음식점이 한 군데 있었다. 오늘은 날이 쌀쌀해서 국밥이 땡겨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그곳을 찾아갔다. 그런데! 문을 여는 순간, 그 집은 ‘미니 한식 부페’로 바뀌어있었다. 나가고 싶었는데 사장님들과 두 명 앉아계신 단골 손님들까지 나가지 말라고 외치는 게 아닌가. 그런 상황에서 냉정하게 나올 수 있는 성격이 못 되는지라 어물쩍 거리다 붙잡혀서 한식 부페를 먹고야 말았다. 스스로 수많은 밥과 반찬을 떠서 앉아서 먹고 치우기까지 해야 하는 부페를 혼밥으로 먹는 건 개인적으로 곤혹스러운 일이다. 알았다면 절대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예전에 한 번 샤브부페를 혼밥한 적이 있는데, 아마도 내 혼밥역사에 가장 큰 실수라고 느낀 게 그 메뉴였던 것 같다. 하지만 일은 이미 벌어졌고, 반찬 하나 뜰 때마다 사장님이 설명과 안내 - 라 쓰고 참견이라 읽는다 - 를 하는 바람에 앉아서 먹을 때도 밥을 어떻게 먹었는지 모르겠다. 여든이 넘어보이는 할아버지 단골 손님들까지 가세해서 매일 먹으러 오라고 외치는 식당에서 요가복을 입고 부페를 떠먹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 


사실 소고기국밥이 대단한 메뉴는 아니다. 하지만 그걸 먹고 싶을 때 아무 생각없이 가서 한 그릇 뚝딱 먹을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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