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목지, 응답하는 목소리_작가의 말

by 삶의정수

살목지 괴담의 재탄생

이 소설은 MBC 예능 프로그램 《심야괴담회》 시즌1에서 방송된 '살목지'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였습니다.

방송에서 제보자 지희 씨가 들려준 실제 경험담을 들었을 때, 저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평범한 퇴근길에서 벌어진 기이한 사건들이 너무나 생생하고 현실적이었거든요. 내비게이션 오작동으로 저수지에 빠질 뻔한 아찔한 순간, 그리고 이후 이어진 끔찍한 사고와 귀신의 출현까지...

원래 이야기도 충분히 무서웠지만, 저는 여기에 조금 다른 시선을 더하고 싶었습니다.


현대인의 새로운 고독

요즘 많은 사람들이 AI 챗봇과 대화하며 위로받는다고 하죠. 저도 그런 적이 있어요. 사람에게는 차마 털어놓기 어려운 고민을 기계에게 말하면, 때로는 정말 따뜻한 답변이 돌아오거든요.

그런 위로가 가짜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도움이 되니까요.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점점 더 기계에 의존하게 되면서, 정작 현실의 인간관계에서는 더 멀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 편리함과 위안을 주는 기술 뒤에 숨어 있는 깊은 고립감 말이에요.


살목지라는 은유

살목지 괴담을 다시 쓰면서, 저는 이 저수지를 우리 시대의 고독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다가 위험에 처하는 것처럼, 우리도 모르게 기술에 의존하며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예상치 못한 고립의 늪에 빠질 수 있지 않을까요?

특히 이 소설의 내비게이션은 단순한 길잡이가 아닙니다. 주인공의 유일한 대화 상대이자 위로의 존재이기도 하죠. 하지만 그런 관계가 과연 진정한 연결일까요? 아니면 더 깊은 외로움으로 이어지는 함정일까요?


작은 성찰의 계기

이 소설을 읽으시면서, 혹시 본인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지 떠올려보세요.

스마트폰이나 AI와의 대화에서 위로를 받았던 순간들. 그리고 그 후에 느꼈던 묘한 공허함이나 아쉬움들 말이에요.

저는 기술을 배척하자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얻기 위해 무엇을 잃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이 소설이 단순한 공포 이야기로만 읽히지 않기를 바랍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크고 작은 '살목지' 앞에 서 있을지도 모르거든요. 편리함이라는 안개에 가려져서, 정작 우리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보지 못한 채 말이에요.

때로는 내비게이션을 끄고, 스스로 길을 찾아보는 용기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비록 돌아가는 길일지라도, 그 길에서 만나는 진짜 사람들과의 연결이 우리를 더 따뜻한 곳으로 이끌어줄 수 있을 테니까요.


여러분의 '집'은 어디인가요?

그곳으로 가는 길을 혼자 찾고 계신가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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