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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로리 Mar 12. 2024

내 일기 읽지 마세요.

일기는 반복되는 일이 아닌 그날 있었던 일들 중 인상 깊은 일에 대해 쓰는 것이다. 자신이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적어 내려 가서 언제고 그 일기를 펼치면 마치 영화처럼 생생하게 재생시키는 것이다. 나는 어릴 적 추억을 많이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웠다. 어째서 나는 그러지 못하는지 신세한탄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이 나와 다른 것이 있었다면, 기록이었다. 기록의 힘은 실로 위대했다. 당장 지난주에 있었던 일도, 아니 어제 있었던 일도 흘려보내는 것과 글로 남겨두는 것을 달랐다. 그날 입었던 옷과 신발, 누구를 만났고 그 사람의 말투와 눈빛은 어떠했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그래서 나는 그날 행복했는지 아니면 속상했는지. 물론 우리에겐 언제나 핸드폰이 쥐어져 있고 그곳에 찍어놓은 사진과 메시지만 봐도 얼추 나의 하루가 짐작되지만, 내가 궁금한 것은 나의 스케줄이 아니고 나의 마음이다. 그래서 일기를 써보기로 했다. 내가 과거에 부러워했던 그 사람들처럼, 기록을 소중하게 여기기로 했다.


최근에 지인이 내게 보여준 일기장은 자신의 이십 대 초반, 세상의 아픔과 불안을 온몸으로 겪으며 힘들어할 때 써 내려간 일기장이었다. 나는 그 일기장의 주인이 얼마나 선하고 건강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지 안다. 그럼에도 일기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입을 다물지 못한 이유는 자기 암시가 적힌 글 때문이었다.  

일기와 함께 모든 페이지에 적혀있는 단어, 카르페디엠. 그리고 R=VD (Realization=Vivid Dream).


잊고 있었는데 나도 예전에 많이 되뇌던 말이었다. 그런데 이 글자들을 매 페이지마다 적으며 품었을 지인의 마음가짐을 생각해 보니 누구보다 강한 에너지를 품고 사는 그가 이해가 됐다. 그를 바라보고 있으면 반짝이는 눈빛에 반하는 일이 많았는데, 다정한 말투에 반하는 일이 많았는데, 그 모든 것이 이해가 됐다.

'그랬구나. 스스로를 매일 다독였구나. 너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너이기도 하니, 힘들 때 글을 쓰면서 버텼구나.'


우연이 인연으로 이어진 지인과의 만남에서 나는 기어코 내가 버틸 수 있는 한 줄기 빛을 찾아냈다. 바로 일기. 내가 기억하고 싶은 나의 순간들과 감정들을 매일 적어볼 거다. 그러니 내 일기 읽지 마세요. 일기장의 마지막은 언제나 '느낀 점'이 적혀있으니까. 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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