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길 인생 아니어도 될까요.
외길 인생을 부러워한다. 하나의 목표를 두고 직진했던 적이 없어서인지 십 년 이상 본업에 충실한 사람들을 보면 내심 부럽다.
어린 시절에도 진득하게 공부하기보다는 중간중간 위인전 만화책 보고 그림일기 쓰곤 했다. 그렇게 샛길로 빠진 일이 대학 전공이 됐다.
미술을 전공해도 영어공부를 늘 놓지 않았다. 넷플릭스가 없을 때도 영화 한영 자막을 따로 다운로드하여 동시에 띄워 놓고 봤다. 생소한 단어가 나오면 실생활에 써보기도 하고 노트에 적어보기도 했다. 하루에 한 편씩 보면서 한 두 줄 적고 해외에서 내일 만날 상대에 따라 필요한 영단어를 준비했을 뿐인데 외국 인 교수님에게 한국 얘들이 너만큼만 영어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듣고 주위 언니에게 더도 말고 나만큼만 영어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들었다. 기분이 좋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들은 언어에 신경 쓸 시간에 본업에 더 투자를 한 게 아닐까. 난 미술만큼 영어 하기를 좋아했던 것 같다.
대학원 지원이 미뤄진 데다 학원 일로 스트레스를 받으니 나도 모르게 목이 땡땡 부었다. 10년간 미술 일을 해 온 건 아깝다는 생각을 지금도 자주 한다. 자존감이 바닥일 때 유독 아쉬움이 크다. 이 나이에 영어강사 경력 고작 1년 3개월 초보강사라니.
자괴감이 절정에 치다르자 유튜브 알고리듬이 한 영상으로 이끌었다. 유명한 영화 리뷰어 ‘지무비’는 국민은행 면접에 탈락하고 유투버가 됐고 국민은행에 붙었다면 유투버가 될 생각을 못했을 거라는 내용이었다. 모든 일엔 이유가 있을 거라는 것이다.
영어학습을 위한 만화를 제작해 볼까. 이렇게 두 길 짬뽕 인생이 시작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