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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Feb 18. 2024

죽는 꿈일까. 사는 꿈일까.

또 악몽을 꿨다. 투명한 실리콘 용기 같은 어항에서 나는 물고기의 알이었고 성체였다. 물고기의 생이 4단계로 구분된 어항에서 나는 계속 돌고 돌다 어항이 팡하고 터졌는데 내 입속에 태어나다 만 물고기 사체가 석고처럼 하얗게 굳은 채 잔뜩 있었다. 징그러운 마음에 엄마한테 꺼내달라며 ‘엄마’하고 나직하게 부르며 깼다.


가위에 눌렸나. 어항 속에서 돌고 도는 내 모습이 내 인생 같았다. 기껏해야 어항 속 인생인데 뭘 그렇게 살아내려고 스트레스를 받는지 2주가 넘게 부은 편도가 낫지 않는다.


사촌 중에 대학 졸업하고 대략 5년 동안 카페 일을 하며 자격증을 따고 공공기관에 취직한 동생이 있다. 다른 한 명은 엽떡을 들이키며 20대 내내 공부를 하더니 회계사가 됐다. 만나면 둘 다 머리 질끈 매고 안경을 쓰고 있었다. 이모 둘이 그 두 딸들을 뜬금없이 자랑할 때면 그 인고의 시간에 감정이입되어 정말 대단하다고 진심으로 맞장구 쳐줬다. 지금 내 30대가 동생들의 20대 같다. 20대 때 너무 신나게 산 죄로 내 30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어항 속 물고기처럼 바둥바둥 댄다.


사회가 정해 놓은 어항 밖에 살 정도로 부지런하지도 않고 어항에 살 정도로 인내심이 강하지도 않은데 나같이 경계선에 있는 사람은 어떻게 살란 말이지. 어차피 답은 정해져 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하며 답을 찾기.


미술학원 운영에 대한 기록을 브런치에 올렸었다. 사실 내가 사업을 접기로 한 가장 큰 이유가 매일같이 악몽을 꾸며 깼기 때문이다. 이러다가 잘못되기라도 할까 봐 부모님은 사업을 접어도 별 다른 말씀이 없으셨다. 몸이 내 진로를 결정해 줬다.


지금 왜 악몽을 하루가 멀다 하고 또 꾸는지 안다. 그런데 이번 선택엔 좀 더 신중하고 싶다. 선택을 한 달씩 미루다 보니 목이 부어 이비인후과에 갔다. 의사 선생님이 자세한 진찰을 위해 내시경을 한다고 내 혀를 손으로 잡아당기셨다. 당시에 검진받는 한 마리의 동물이 된 거 같았는데 그런 기분이 꿈으로 재구성된 것 같다.


일단 2월 말까지 기다려 보자. 내 인내심의 데드라인이다. 아무것도 나아지는 게 없다면 어떻게든 상황을 바꾸자. 일단은 경계에 머물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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