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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Feb 21. 2024

무지함이 낳은 괴물

오만함

오만함이 날 우울하게 만들었다. 난 작년 연말에 토익시험을 보기 전까지 내심 토익 뭐 별 거 아니겠지라는 오만함이 있었다. 그런데 세세한 뉘앙스 문항들과 익숙하지 않은 비즈니스 용어에 멘털이 탈탈 털렸다. 시간 안에 풀기 위해 숙지할 요령이 많아서 오래도록 가져왔던 선입견 앞에 겸손해졌다.


미술 교육 일을 하다가 영어 교육 길에 접어든 지 1년이 좀 넘었다. 처음엔 더 이상 옷에 물감이 묻지 않아도 되고 흰 바지를 마음껏 입어도 되고 아이들 만들기 준비하느라 어깨를 더 이상 쓰지 않아도 되니 기뻤지만 오랜만에 본 중학생 영어 시험 유형에 흠칫 놀랐다. 지하철을 오가며 문법 유형에 대해 온갖 사이트를 뒤져 가며 찾아보고 문제집과 사전을 구매하며 내 역량을 키웠다.


쉬운 일이 아닌데 왜 쉽게 생각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어리석다. 성취한 다음의 달콤함만 생각한 것이다. 겹겹이 쌓인 시간과 공이 있을 텐데 생각의 찰나처럼 왜 가볍게 생각했는지 나를 탓한다. 이런 오만함이 애초에 말도 안 되는 기준을 만들게 하고 거기에 미치지 못한 나를 닦달했다.


착각 또한 스스로 자괴감늪에 쉽게 빠뜨린다.


학원 아이가 전철 개찰구를 통과할 때 외국인과 서로 길이 맞물려서 먼저 가라고 손짓을 했다고 말했다. 적당한 영어가 바로 생각나지 않아서 기분이 별로였던 것 같다.


영어공부를 초등학교 내내 하고 이제 중학교에 들어가는 친군데 그 정도도 못 떠올린다는 자신에게 꽤 씁쓸함이 든 거다.


영어는 Speaking, Writing, Listening, Reading 따라 공부법이 각각 다른데 몇몇 사람들은 영어 공부를 오래한 한국 학생들이 Speaking 잘하지 못하는  의아해한다.


Speaking 교육을 따로 받지 않았으니 당연한 현상이라며 학생을 위로해 줬다.


 친구는 주변 사람들이 너는 영어를 그렇게 배워놓고  마디도  해라고 핀잔을 줘도 영어 선생님이 나는 input 위주의 공부를 해서 그렇다고 자신을 보호할  있다.


쓸데없이 나를 채근하지 말자. 가뜩이나 살기도 힘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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