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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Mar 09. 2024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은 다르다.

미술 전시관을 가는 걸 좋아한다. 높은 천장, 딱 맞는 습도, 넓은 경관 모든 게 평온함을 준다. 그리고 그 속에 보존돼 있는 아름답고 무용한 것들을 보며 작가의 생각을 읽는다. 미술을 전공해서 작품 과정에 대한 이해가 있다 보니 작품을 보면 한 편의 에세이를 읽는 기분이다.


유화작업을    크기를 얼마나 자주 바꾸는지 무슨 색들을 썼는지 추측해 본다. 조형 작업을  때는 작가의 공정이  떠올려져 감탄 이전에 시간과 섬세함이 읽힌다.

Three egos embrace one another. 2012


실용과 효율을 따지는 현실세계에서 벗어나 조형물에 몰두하고 있으면 평일의 고단함이 사라진다.


감상뿐 아니라 창작을 하는 행위도 좋아해선지 미대에 진학했다. 답이 없다는 모호함에 이끌렸는데 완벽주의 성향인 나에게 끝없이 답을 요구하니 에너지가 고갈되기 일쑤였다. 미술 창작은 나를 계속 끝없이 시험하고 의심하게 했다. 창작에 있어서 답은 없는 것인데 답을 찾으려고 끙끙댔다.


 내 창작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추상 조형작업에서 일러스트로 점점 바뀌었고 졸업하고 10년이 지날 무렵 나는 영어 선생님이 됐다.


초중이면 할만하지 이런 마음으로 했는데 요즘엔 파닉스부터 철두철미하게 배우니 적잖이 당황했다. 30대에 유튜브로 파닉스를 뗐다. 내 세대는 닥치는 대로 단어를 외우다가 철자 간의 상관관계를 자연스럽게 익혔는데 말이다.


영어 교육론을 공부해 보니 영어 발음을 잘 구사하는 친구들은 empathy형이라고 해서 관찰력이 높고 공감능력이 높아 발음을 잘 구사한다고 했다. 언어라는 것이 미술 하는 사람 성향과도 다르지 않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업하고 인강 듣고 있기에 잠자는 시간 빼고 계속 영어에 노출돼 있다. 물론 매일같이 하고 싶은 일도 주일에 한 번은 다 내려놓고 싶다.


씻고 슬슬 나가봐야겠다. 나만치 미술을 좋아하는 조카 선물을 사러 오랜만에 홍대에 있는 화방에 가고 영어문제집 몇 권을 사 와야겠다.


김정원 작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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