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30일, 날것의 기록

by 정예예


아이가 태어나고 얼마 안돼 한참 헤매던 때 끄적여둔 일기를 다시 읽게 됐다.


생후 30-40일. 아이는 지금보다 훨씬 자주 먹고 자주 싸고, 통잠은 꿈도 꿀 수 없던 시절이었다. 수면 부족으로 내 쌍꺼풀은 진해졌고, 남편 민욱은 다크서클이 다크하다 못해 검었던 그때.

비몽사몽간에 남겨 둔 기록을 보니 그때의 우리가 짠하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다.


제목과 있었던 일, 느낌만 대충 기록해 두었는데 써두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 기록해두지 않았더라면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을지도 모를, 소중한 추억이 일기장에 남아 있었다.



(D+34) 새벽 3시, 남편의 심경 고백


“여보, 먼저 들어가 자라고 하고 싶은데… 못하겠어요.”


새벽 3시쯤, 우는 아기를 겨우 달랜 민욱의 말이었다.

교대로 아기를 돌보려 했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힘들다는 걸 서로 알기에, 자꾸 같이 깨어 있게 됐고 둘 다 지쳐 있었다.

그 한마디에는 많은 감정이 묻어 있었다. 미안함, 고단함, 사랑… 들어가서 자라고 말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다는 마음. 나도 여러 번 느낀 마음이었다. 아기를 안고 있는 그를 꼭 안아 주었다. 고마웠다. 그렇게 말해줘서. 이 밤이 지나면 다시 찾아올 육아 앞에서 아기를 보듬듯 서로를 보듬어야지, 다짐했다.




하아. 그때의 우리는 그랬다. 지쳐 있었고, 미안해했고, 동시에 서로를 깊이 이해했다. 그리고 기억하려고 애썼다.

아이는 우리가 사랑해서 낳은 존재라는 걸.

이 힘든 시기에 우리는 서로를 잊지 말고, 서로를 살펴주고, 서로를 돌봐야 한다는 걸.


깨어있는 시간은 물론 잠든 시간조차 마음 한 켠은 아이에게 향해 있는 그때, 우리는 더 열심히 사랑했다.




(D+40) 서로에게 산책을 권하는 마음


“여보, 잠깐 산책 좀 하고 와요.”


다크서클이 짙게 드리운 얼굴로 아이를 안고 있던 민욱이 말했다. 그 말이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 말인지 안다.

혼자 아이를 돌보는 건 아직도 조금 겁난다. 갑자기 울어버릴지도, 기저귀 봉변을 당한다든지, 분수토를 한다든지… 어떤 사고가 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산책을 권한다.


한 달 전, 아니 2주 전만 해도 할 수 없었던 일이지만

이젠 할 수 있다. 서로에게 잠깐의 쉼을 주고, 서로의 마음을 보살필 수 있다.

우리가 양육자로서 성장했음을 느끼는 동시에 서로에 대한 사랑과 배려를 확인하는 순간이다.


그의 배려에 감사하며 산책을 나왔다. 그리고 돌아가서 그에게도 쉼을 주리라 다짐한다.


잊지 말아야지. 우리가 사랑해서 햇살이를 낳았고, 우리는 함께 햇살이를 사랑하고, 함께 돌보고 있다는 사실을. 내가 지치는 만큼, 그도 지쳤을 테고, 내가 사랑하는 만큼, 그도 나를 사랑한다는 걸.




우리는 알았던 것 같다.

혼자가 아닌 함께 서로를 보살펴야만 이 고된 시간을 잘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가 태어난 지 150일이 지난 지금, 그 시절의 일기들을 다시 읽어보니 문득 깨닫는다. 그 힘겨웠던 30-40일의 시간들이 결국 우리 부부의 사랑을 이렇게나 단단하게 만들었구나.


앞으로 어떤 힘든 순간이 와도, 그 시절의 우리를 떠올리면 다시 함께 힘내볼 수 있을 것 같다.

육아는 시작됐고 평생 계속해서 새로운 과제가 주어질 텐데. 우리 팀워크의 기록, 사랑의 기록을 잘 남기며 행복을 쌓아가야겠다.


앞으로도 우리 행복하자. 많이 사랑하자.


해나야 아빠한테 효도해야돼!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