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무엇을 갈망하는가

살고 싶다는 Want와 더 완벽하고 싶다는 Need 사이의 간극

by 정요한

욕망.

사전적 의미로는 "부족을 느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탐함, 또는 그런 마음"이라 한다. 완전하지 않은 이 세상, 어딜 봐도 결핍이 보인다. 시간은 늘 부족하고, 맛있는 건 먹어도 먹어도 더 먹고 싶고, 공부는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정말로 우리는 늘 부족을 느끼는 것 같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그런 마음, 욕망이 올라와 그 결핍을 채우고자 애쓰게 된다.


Want와 Need. 기호품과 생필품 정도 되겠다. 마케팅에서 자주 등장하는 대조적 개념이고, 이 분류법은 생각보다 꽤나 상대적이다. 의식주를 생각해 보자. 춥고 배고플 때 인간은 이 상태를 해결하고 싶어 한다. 이때 '해결'을 마이너스에서 0으로 올리는 생존의 문제로 보느냐, 아니면 플러스 지점까지 올리고 싶은 선망의 문제로 보느냐에 따라 Want와 Need의 경계는 출렁이기 시작한다. 최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비만치료제 이야기로 들어가 보면 이 경계는 더욱 모호해진다.


우리는 늘 적당히 먹어야겠다 생각하지만 그 '적당함'의 경계는 상당히 흐릿하다. 이 지점에서 작동하는 게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이라는 호르몬이다. 음식을 먹으면 장에서 분비되어 뇌에 '배부르다'는 신호를 보내는 이 호르몬을 흉내 낸 약물들(GLP-1 유사체)이 최근 혜성처럼 등장해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혁신시켰다. 삭센다를 시작으로 위고비, 마운자로 같은 이름들이 전 세계를 휩쓰는 이유는 명확하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인 식욕을 기술적으로 통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묻게 된다. 이 약을 찾는 마음은 치료(Need)일까, 아니면 욕심(Want)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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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하나의 신약이 승인받기 위해서는 '적응증', 즉 이 약이 어떤 질환을 위해 개발되었는지가 명시되어야 한다. 임상시험에서 입증된 환자의 프로필과 수치에 부합해야만 비로소 '치료'라는 명분으로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약국에서 타이레놀을 사는 것과는 조금 다른 문제다. 내가 맞고 싶다고 맞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비만 환자'로 분류되어야만 이 약은 비로소 내게 Need가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제약사들은 이 Need의 영토를 확장하는 데 사활을 건다. GLP-1 비만치료제로 비만 환자를 넘어 심혈관 질환, 간 질환 환자들까지 섭렵하려 적응증 확장에 힘쓴다. 그뿐인가, 병원에서 오랜 시간 맞아야 하는 정맥 주사를 집에서 편하게 맞는 펜 타입으로, 이제는 알약 형태인 경구용으로 진화시키며 우리 삶의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려 한다.


제약바이오 산업 역시 비즈니스다. 수요가 커질수록 매력적인 '시장'이 된다. 시장의 크기는 환자의 수로 측정되기도 하지만, 잔인하게도 '얼마나 오랫동안 약을 투여받아야 하는가'가 사실 더 큰 요소다. 여기에 정교한 가격 책정이 더해지면 거대한 자본의 흐름이 완성된다. 제약사들은 이제 '치료(Need)'를 넘어 '욕망(Want)'의 영역까지 합법적으로 뚫고 들어왔다. 잘생기고 예쁜 것이 권력이자 자본인 인류사에서 그 매력을 유지하기 위해 돈을 쓰는 욕구는 종말까지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를 '원하는' 자와 '필요한' 자 사이의 모호함, 그 지점이 바로 돈이 되는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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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t와 Need는 결국 둘 다 욕망이다. 암 환자가 부작용 없는 차세대 항암제를 간절히 원하는 마음이나, 일반인이 더 쉽게 관리하며 완벽해지고 싶은 마음이나 결핍을 채우려는 본질은 같다. 인간은 무엇을 갈망하는가? 결국 '덜 결핍된 상태'를 갈망한다. 결핍이 인지되는 한, 그것이 무엇이든 누군가에겐 시장이 된다. 비만 치료제는 시작일 뿐이다. 머지않아 노화를 치료하는 세상도 올 것이다. 인간은 종국에 생명 그 자체를 디자인하고 직접 엔지니어링 하려 들 것이다. 돈을 낼 준비가 된 자들은 이미 줄을 서 있다.


사는 게 뭘까? 잘 사는 게 뭘까?


고민하지 않으면 이 개념을 이용해 돈을 버는 자들에게 휘둘리는 게 인생이다.

당신은 당신의 Want와 Need를 스스로 구분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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