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음은 당신의 것이 아니다.
1월 1일이 되면 세상은 온통 '새로운 나'를 꿈꾸는 이들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찬다.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는 자기계발서가 점령하고 헬스장은 갓 등록한 회원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너도나도 미라클 모닝을 선언하고 새벽같이 일어나 책을 읽거나 러닝머신 위를 달린다. 그렇게 하루, 이틀, 일주일이 지나면 썰물이 서서히 빠져나가듯 우리의 열정도 오르락내리락하다가 금세 사그라져 간다.
이 처절한 작심삼일의 반복은 단순히 개인의 노력이 부족하거나 정신력이 나약해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그보다 훨씬 깊은 차원인 생물학적 설계의 문제다. 인간의 뇌는 기본적으로 에너지를 보존하고 생존 확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뇌의 입장에서 보자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사서 하는 자기계발이나 당장의 안락함을 포기하고 몸을 괴롭히는 다이어트는 생존의 확률을 스스로 낮추는 비효율적인 활동일 뿐이다.
굳이 비교하자면 뱀의 탈피나 독수리의 환골탈태 같은 '동물계 자기계발'도 있고 생존을 위한 겨울잠 같은 극한의 다이어트도 존재하긴 한다. 하지만 보시다시피 굉장히 극단적이다. 그것들은 생사가 걸린 리스키한 결단이다. 그 정도의 절박함이 담기지 않은, 생물학적 생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우리의 자기계발과 다이어트는 우리 뇌에게 그저 애매한 사치일 뿐이다. '미래의 나'를 위해 '현재의 고통'을 감내하려는 우리의 숭고한 의지는 에너지를 아끼려는 가장 원초적인 생물학적 본능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셈이다. 그리고 대개 그 충돌에서 살아남는 건 인간의 의지가 아니라 본능일 때가 훨씬 많다.
그렇다. 인간의 의지력은 약하다. 작심삼일, 미라클 모닝, 루틴. 이 모든 단어는 '안 되니까' 나온 표현들이다. 어느 노래의 가사처럼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바로 이 지점이 숨겨진 핵심이다. 내 마음과 생각은 사실 내 것이 아니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마음을 먹어야 의지가 생기는 걸까 의지를 세워야 마음이 먹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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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몸을 움직여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다. 의지가 제대로 세워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마음이 먹어지지도, 생각이 뻗어나가지도 않기 때문에 몸이 기억하도록 습관을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약한 의지력을 우회(bypass)하는 시스템을 세우려 하는데, 그걸 루틴이라고 부른다. 내 의지력이 믿을 수 없는 자원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감정이나 컨디션에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나를 '행동의 상자'에 가두는 것이다.
스스로를 기계 마냥 다루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지만 수많은 자기계발 서적이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의지력이 약하니 어려운 일은 아침에 해내야 한다고 한다. 습관화해야 한다고 한다. 트리거를 설정해 뇌 빼고도 움직이게끔 해야 한다고 한다. 이것이 지금까지 인류가 본능에 저항해 온 최선의 아날로그적 방식이었다.
인간의 의지가 이렇게나 약한 걸까 아니면 목표가 충분히 강하지 않은 걸까?
의지력이 약하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의지가 불타오를 때가 누구나 한 번씩은 찾아오지 않는가.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의지의 지속력이 약한 것이다. 그래프로 치면 빠르게 치솟았다가 완만하고 서서히 떨어지기보다는 급격하게 곤두박질치는 선에 가깝다.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 건 알지만 어쩜 유지가 안 돼도 이렇게 안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