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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학인 Apr 12. 2020

책을 읽지 않으면 꼰대가 된다

책을 읽지 않으면 꼰대가 된다

“라떼는 말이야~” 라면서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시키고 일방적으로 강요하듯 말을 시작하는 직장 선배, 나이가 권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자신의 경험이 곧 실력이라고 착각하는 사람, 퇴근해도 너는 내 부하니까 당연하게 업무지시 내리는 직장 상사,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하는 어르신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꼰대’라고 부릅니다.

꼰대라는 용어는 원래 나이 든 남성을 일컫던 말이었습니다. 과거에는 학교 선생님이나 아버지를 지칭하는 은어로 쓰였는데 언젠가부터 말이 안 통하거나 서열과 권위를 내세우는 사람들을 지칭할 때 꼰대라는 용어를 폭넓게 사용합니다. 꼰대의 가장 큰 특징은 권위주의, 서열화, 불통, 독선, 무례하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강합니다. 꼰대는 나이와 성별, 직업, 학력, 출신 지역, 종교,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모든 조건과 무관하게 항상 우리 주변에서 존재하고 있습니다.

꼰대의 공통점

꼰대를 연구하면서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첫째는 과거에 대한 망상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특징입니다. 예컨대 “왕년에 내가 이렇게 했는데 요즘 것들은 말이야!” 하면서 더 이상의 배움을 싫어하고 오직 자신의 경험만을 근거로 현재를 평가합니다. 두 번째는 시대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집니다. 몸은 2020년에 살고 있지만, 생각은 자신의 전성기 시절에 머물러있습니다. 그래서 바뀐 세대의 특징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인간의 행동은 기억에 의존해 살아갑니다. 자신이 살아온 경험, 자신이 배웠던 학습에 대한 지적인 기억 자신이 믿는 신념 등 크게 세 가지 기억을 가지고 판단하면서 인생을 살아갑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절차적 기억이 있습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기억하고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예컨대 갓난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엄마의 젖을 무는 것처럼 누군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알게 되는 선험적인 기억입니다. 두 번째는 학습에 대한기억입니다. 나이를 먹고 문자를 읽고 해독하면서 후천적으로 배우고 깨닫게 된 기억이 있습니다. 후천적 학습을 얼마나 지속적이고 오래하느냐에 따라 교양과 품격이 달라집니다. 마지막 세 번째가 신념에 대한 기억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가정에서 배웠던 문화, 가치관 종교적인 신념이나 정치적 이념이 옳다고 믿는 신념에 대한 기억이 있습니다. 이러한 세 가지 기억에 의존해서 인간은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합니다.
  
문제는 후천적인 학습을 통한 학습에 대한 기억이 더 이상 성장하지 않으면 문제가 있습니다. 나이를 점점 먹으면서 책과 멀어지면 더 학습에 대한 기억이 줄어듭니다.

얼마 전 이순영 고려대 교수는 독자(讀者)연구를 발표했는데 결과가 충격이었습니다. 조사대상이 10세 이상 남녀 1200명 중 책을 전혀 읽지는 않는 독자가 전체 23.0%, 한 해 한 번 책을 읽는 독자가 15.4% 합치면 38.4%가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특히 이 연구에서 주목해 봐야 하는 게 중년 이후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40대는 43.9%, 50대는 53.0% 60대는 74.4%가 책을 전혀 읽지 않거나 일 년에 한 번 책을 읽고 있다는 결과였습니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꼰대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건 읽지 않고 학습에 대한 기억력을 높이기는 불가능합니다.

더 이상 책을 읽고, 사고하지 않으면 학습에 대한 기억은 점점 줄어들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만 커지게 됩니다. 신념에 대한 기억만 커진다면 점점 고지식해지고, 자기주장만 강해지면서 소통이 불가능하고, 융통성 없는 전형적인 꼰대가 되어갑니다. 마치 선거 때 나이 든 계층에서 보수 여당의 지지표가 높게 나오는 현상처럼 뇌의 유연성이 사라지고 신념이 생각과 행동을 지배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독서가 정답입니다. 나이가 들어도 책을 읽으면서 학습기억을 꾸준히 쌓는다면 자신을 객관화시키면서 스스로 비판적인 자기성찰을 할 수 있고 유연성 있는 사고를 할 수 있습니다. 내가 대학을 나왔다고 학습이 끝난 것이 아니라 직장에 들어가는 순간 이미 대학에서 배운 지식은 낡은 지식이 됩니다. 오랫동안 일했다고 자신의 경험과 시간을 믿으면 위험합니다. 낡은 지식과 경험만으로 평생직장생활의 꿈을 이룰 수 없습니다. 유연한 사고를 위해 끊임없이 배우면서 사고하고 성장하지 않으면 어쩜 우리도 꼰대라는 말을 듣게 될 수 있습니다.

“한 권의 책을 읽어내는 힘은 자신의 내공이 축적되는 동시에 내 삶의 든든한 아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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