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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학인 Apr 10. 2020

방탄소년단 김남준의 재능과 독서

저는 오늘 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려 합니다
저는 대한민국 서울 근교에 위치한 일산이라는 도시에서 태어났습니다. 그곳은 호수와 산이 있고, 해마다 꽃 축제가 열리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그곳에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저는 그저 평범한 소년이었습니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소년의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영웅이 되는 상상을 하곤 했습니다.

저희 초기 앨범 인트로 중 ‘아홉, 열 살쯤 내 심장은 멈췄다’는 가사가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쯤이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나를 보게 된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때 이후 저는 점차 밤하늘과 별들을 올려다보지도 않게 됐고, 쓸데없는 상상을 하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그보다는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틀에 저를 끼워 맞추는데 급급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목소리를 잃어버리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았고, 저 스스로도 그랬습니다.
장은 멈췄고 시선은 닫혔습니다. 그렇게 저는, 우리는 이름을 잃어버렸고 유령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하나의 안식처가 있었습니다. 바로 음악이었습니다. 제 안에 작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깨어나, 남준. 너 자신한테 귀를 기울여!” 그러나 음악이 제 진짜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듣는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막상 방탄소년단에 합류하기로 결심한 이후에도 많은 난관이 있었습니다.
못 믿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우리가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때때로 그저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모든 것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도 이렇게 넘어지고 휘청거릴 겁니다.

방탄소년단은 지금 대규모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하고 수백만 장의 앨범을 파는 아티스트가 되었지만,
여전히 저는 스물네 살의 평범한 청년입니다. 제가 성취한 것이 있다면, 이는 바로 곁에 멤버들이 있어주었고,
그리고 전 세계 ARMY 분들이 저희를 위해 사랑과 성원을 보내주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어제 실수했더라도 어제의 나도 나이고, 오늘의 부족하고 실수하는 나도 나입니다.

내일의 좀 더 현명해질 수 있는 나도 나일 것입니다. 이런 내 실수와 잘못들 모두 나이며, 내 삶의 별자리의 가장 밝은 별 무리입니다. 저는 오늘의 나이 든, 어제의 나이 든, 앞으로 되고 싶은 나이 든, 제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여러분 모두에게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무엇이 여러분을 심장을 뛰게 만듭니까?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신념을 듣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누구이든, 어느 나라 출신이든,
피부색이 어떻든, 성 정체성이 어떻든, 여러분 자신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여러분 자신에 대해 말하면서 여러분의 이름과 목소리를 찾으세요.
-2018년 8월 24일 방탄소년단 김남준의 UN 연설 -

읽어보셔서 잘 아시겠지만 이 연설문은 지난 2018년 9월 뉴욕 UN 이사회에서 열렸던 유엔 아동기금(UNICEF)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에서 대표 연설자로 나선 방탄소년단의 리더 김남준(RM)의 연설문 전문입니다.

김남준(RM)의 연설문은 마치 한 편의 드라마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면서 청중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그래서인지 끝나자마자 포스팅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 후 저는 방탄소년단이라는 아이돌 그룹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댄스음악을 하는 보이그룹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자세히 알고 보니 BTS 음악은 인문학적인 성찰을 담고 있으며,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색깔로 표현하는 그룹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최근 일상이 공개된 김남준(RM)의 서재 리스트를 보면서 그의 식견이나 성향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문학, 인문, 시집, 사회과학, 미술, 예술에 이르기까지 꽤 넓은 분야의 책들을 읽으면서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실제로도 러브 유어 셀프 승 '허''에 담았던 ‘바다’라는 곡은 하루키의 장편 '1Q84'를 읽고 '희망이 있는 곳에 시련이 있다'라는 구절에서 감명받아 만든 곡이라고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작년 2월 발표한 '윙스 외전‘의 수록곡 '봄날'이라는 곡도 어설라 K 르 귄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에게는 책을 읽고 영감을 받아서 표현했다. 고 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 대부분은 책 속의 이야기를 곧 자신과 재능으로 연결합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을 때는 싱클레어가 마치 자신의 자아처럼 느껴지고,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을 읽을 때 라스콜리니코프의 고민이 자신의 고민처럼 감정 이입이 됩니다. 그래서 읽고 난 후에는 책 속에서 받은 영감을 통해 세상을 이해합니다.

이러한 식견이 쌓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재능으로 투영시킵니다. 책을 통해서 재능으로 투영된 생각이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으면 소통으로 이어집니다. 따라서 책을 읽으면 공감능력이 쌓이고 이러한 공감능력이 사람들과 이어주는 접촉점을 만들어 줍니다.

방탄이 불렀던 ‘러브 유어 셀프’라는 앨범에서 ‘너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남을 사랑할 수 없다!'.라는 메시지의 원천은 책을 통해서 받은 영감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공감이 대중들과 접촉점으로 이어졌고 팬들에게는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들렸기 때문에 깊은 공감과 위로가 되었습니다. 독서를 통해서 영감을 얻고 그것을 자신의 재능과 연결시켜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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