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천희 May 01. 2022

개발 일기 - 부모님 고향 집에서 7일 재택 근무 하기

제조업 회사에서 커머스 IT 기업으로 이직해서 가장 큰 변화는 '재택 근무' 였다. 이전 회사는 아무래도 제조업 기반의 임베디드 회사이다보니 직접 기계를 가지고 테스트해야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다보니 재택 근무로 일을 하기가 힘들었고 다들 안하는 눈치였다.


반면 지금 다니는 회사(술담화)는 비 IT 직무도 화, 목 재택 근무를 하고 있고 오미크론이 유행할 때는 월~금 주 5일 재택 근무를 했다. 아무래도 제조업(임베디드)보다는 IT(웹 개발)가 집에서도 테스트가 가능하니 재택 근무에 더 용이해서 재택 근무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5월부터는 다시 화, 목 재택 근무로 바뀐다고 하여서 4월 마지막 주를 고향인 부산 부모님 집에서 재택 근무를 해보기로 했다.

기차에서 내려오면서 읽었던 실키님의 만화책 "그럼에도 여기에서"

비루하지만 조금은 발전한 요리 실력으로 야채 덮밥, 짬뽕 라면, 계란 볶음밥, 된장 찌개 등을 해드리기도 하고

야키토리 오마카세 집을 대접해 드리기도 하면서 좋은 시간 보냈다. (근데 마지막에 엄마가 계산 선수 치기 해버렸다 쩝)

닭고기 야키토리 오마카세 전문점 "야키토리 탄요"


우리는 아무 것도 모르고 순수했던 젊은 시절을 그리워한다. 나는 재입대를 한다고 하더라도 대학교 1학년에 입학했던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고 싶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유한한 삶을 산다. (타임머신에 발명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번 재택 근무는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침이면 부모님은 출근하고, 점심 밥을 챙겨 먹고, 저녁이면 부모님은 퇴근하시고, 같이 저녁 밥을 먹고. 미래에 대한 고민은 하나도 없고, 부모님의 품 속에서 걱정없이 살아가던 어린 시절과 똑같았다. 잠시나마 과거로 돌아가는, 나이가 어려지는, 삶이 무한해지는 경험을 했다.

재택 근무는 실용적으로도 좋은 점이 많은 것 같다. 좀 과하게 주장해보자면 언젠가 모든 기업에서 채택해야 할 이상적인 근무 방식이 아닌가 생각한다. 모든 기업들이 재택 근무를 한다면 수도권 인구 집중을 막을 수 있다. 사실상 도시 국가인 옆 나라 홍콩을 보면 과도한 인구 밀집으로 인해서 높은 사회 경쟁률, 끝없이 올라가는 집값 상승, 밀집되는 기업으로 취업난 발생, 치열한 경쟁으로 극도로 낮은 출산율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한국도 홍콩처럼 서울에 대부분이 집중되어 있어 비슷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모든 기업이 재택 근무를 하게 된다면 사실상 사무실이라는 공간이 없어지게 되고 인구가 분산되면서 이러한 문제들이 해소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상적인 상상이긴 하다. 나만 해도 제조업 회사에 있었을 때는 재택 근무가 거의 불가능 했다. 그리고 재택 근무의 단점도 있다. 특히 업무가 바쁜 날이면 동료들과 소통해야할 일이 많은데 재택 근무 때는 소통이 느려서 약간 답답하게 느껴졌다.


부산에서 재택 근무를 하면서 처음으로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일을 해봤다. 풀 장비를 세팅하고 일하고 싶어서 (노트북, 키보드, 마우스, 노트북 거치대, 충전기, 핸드폰 충전기, 에어팟) 장비들을 힘들게 들고가서 세팅했는데 뭔가 남들의 주목을 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저 사람은 카페에 전세냈나? 하는 느낌) 그래서 찔리는 것 같아 커피도 제일 큰 라지 사이즈로 주문했다.


점심 시간이 지난 후라 그런지 엄청 시끄럽긴 했지만 코딩하면서 바다 한번씩 구경하니까 너무 좋더라. 부모님과도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니 좋았다. 다음에도 이렇게 재택 근무하러 내러와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LINE 개발자입니다"를 읽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