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로 떠나는 오사카 여행 -1-

with 일회용 카메라

by 박천희

이틀 뒤면 오사카로 여행을 떠난다. 오랜만의 가족 여행이다. 요즘은 1년에 한 번 정도는 가족이 다 같이 여행을 떠난다. 어릴 때는 가족 여행을 자주 가진 않았던 것 같은데 제주도, 통영, 거제도, 서울, 순천 등을 다녀왔었다. 이렇게 많은 지역을 얘기하니까 많이 다녀온 것 같은데 사실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가족 여행을 하는지 몰라서 많은 건지 적은 건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취직하고 나서부터는 주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동생도 일을 시작하여 가족이 멀어지니 기왕에 여행 갈 거 오랫동안 본격적으로 다녀오자 라는 이유에서 일까, 아니면 내가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 직장인이 되니 해외여행에 눈을 뜨게 된 것일까, 어떤 이유에서든 우리 가족은 후쿠오카, 삿포로, 대만을 다녀왔었다.


처음으로 가족 다 같이 해외여행을 갔던 건 후쿠오카였다. 후쿠오카 여행을 갔을 때는 내가 불효자 맨 쿠로 게으르게 여행 계획을 짰더니 구경을 많이 못해서 아쉬웠다. 후쿠오카를 갔는데 후쿠오카의 명물 모츠나베도 못 먹고 왔었다니. 그래서 그 이후 여행부터는 계획을 많이 해서 구경도 잘하고 왔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이제 여행 계획의 9할은 내가 하게 되었다. 다행히 나는 여행 계획 짜는 걸 좋아해서 내 적성에 잘 맞다.


이번에 오사카를 여행가게 되면 나는 무려 네 번째로 오사카를 다녀오게 된다. 첫 번째는 초등학교 수학여행이었다. 그땐 부산에서 배를 14시간 타고 시모노세키항에 도착해서 교토의 절들을 보았고, 스페이스 월드를 갔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14시간의 배는 너무 힘들었고 돌아오는 배는 너무 출렁거려서 토하고 싶던 것을 힘들게 참았다. 두 번째 오사카는 대학생 때 친구들과 배낭여행을 갔었다. 그땐 오사카, 고베, 교토를 다녀왔었는데 여름 감기가 걸려서 여행 중에 열이 나서 되게 힘들었다. 그 와중에 친구는 '뭐 감기 가지고 그렇게 힘들어해'라고 말해서 대판 싸웠던 기억이. 세 번째 오사카는 여자 친구와 다녀왔다. 이때는 여행 계획을 미친 듯이 짰었는데 가이드 북에 나오는 맛집들을 구글 맵에 전부 표시하고, 여행 동선도 교통편도 너무 치밀하게 짜서 여자 친구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너무 과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 이후 여행 계획은 적당히 짜는 요령이 생겼다. 그리고 이틀 뒤가 이제 네 번째 오사카 여행이다.



오사카 여행을 가면 항상 가는 곳이 '오사카 성'이다. 일본을 잘 아는 회사 선배는 오사카 성 그거 뭐하러 가냐고 안에가 완전 현대식이어서 성 같지가 않아서 안 예쁘다고, 차라리 오사카의 다른 성을 보라고 목조 건물로 잘 보존돼있어서 훨씬 예쁘다고 얘기했다. (선배가 말한 성의 정확한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실제로 오사카성 내부를 들어가 보면 엘리베이터도 있고 오사카 성과 관련된 박물관도 있어서 굉장히 현대적인 느낌이다. 목조 성이라기보단 콘크리트로 지은 성 같은 느낌. 뭔가 최근에 복원한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옛날 오사카 성의 실제 모습은 분명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오사카에 처음 여행 가는 사람이면 오사카 성은 꼭 가줘야 하는 것 같다. 오사카 성이야말로 오사카의 랜드마크가 아닌가. 비록 회사 선배의 말처럼 오사카 성 내부는 너무 현대식이라서 아쉬울 순 있겠지만 처음 오사카를 온다면 오사카 성을 보아야 오사카에 왔다는 느낌이 들 것 같다. 처음 간 오사카 여행에서 오사카 성을 못 보고 가면 많이 아쉬울 것 같다.


어쩌다 보니 오사카 여행을 매번 다른 사람들과 가게 되어서 이번 여행으로 오사카 성도 4번째로 보게 될 것 같다. 물론 4번째로 오는 오사카 여행이니 낯선 곳을 여행할 때 느끼는 새로움은 덜 할 것이다. 회사에서 어떤 분이 '오사카를 네 번째로 가요?'라고 물어보길래 나도 모르게 '같이 가는 사람이 누구인지가 중요하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이번 여행은 부모님과 함께 떠나는데 부모님은 오사카가 처음이라 가이드 잘해서 좋은 추억 만들고 와야지.


이번 여행은 특별히 일회용 카메라를 4개 사서 가족이 한 명당 하나의 카메라를 쓰게 하려고 한다. (물론 가족들은 나의 이런 기획을 아직 모르고 있다.)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기 전에는 필름 카메라를 썼다. 고향 집에는 사진 앨범이 스무 개 정도 있다. 부모님 어릴 적 사진 앨범부터 결혼사진 앨범, 그리고 나와 동생이 태어나고 자라던 모습이 찍혀 있는 사진 앨범이 있다. 명절에 고향 집에 내려가면 가끔 보곤 한다. (어릴 때의 나는 지금과 다르게 엄청 귀여웠다.) 물론 디지털이 편하고 클라우드가 편하지만 사진 앨범을 넘겨보면서 보는 사진들만의 감성이 있다.


그리고 여행 때는 항상 내가 가장 많이 사진을 찍었고(나만 DSLR을 가지고 있다.) 어머니, 아버지, 동생은 폰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카메라를 드려서 직접 찍게 하는 게 어떨까, 자기만의 시선으로 카메라를 찍는 것이 또 재밌고 좋은 추억으로 남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인화한 사진은 사진 앨범에 담아서 고향 집으로 보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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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로 마트에 일회용 카메라를 사러 갔는데 일회용 카메라가 생각보다 비쌌다. 나는 5천 원 정도 하는 줄 알았는데 제일 싼 게 15900원이었다. 그리고 흑백용 사진기도 있고, 필름을 교체하면 여러 번 쓸 수 있는 카메라도 있고, 색깔이 있는 플라스틱 색지를 플래시 앞에 두면 색감이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신기한 카메라도 있었다. 가족 수만큼 4개를 샀다.


그런데 집에 와서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더 싼 카메라가 많았다. 인터넷으로 사는 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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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여행 잘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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