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스튜디오에서 촬영하지 않은 이유
우리는 지금까지 총 3번의 야외 셀프 웨딩 촬영을 했었다. 마지막 촬영은 실내에서 격식을 갖춘 옷을 입고 찍어보기로 했다.
스튜디오 촬영은 역시나 비쌌다. 적게는 30만 원부터 많게는 100만 원대까지 있었다. 스튜디오 촬영 좋긴 한데 사진에 큰 욕심이 없었다. 내가 INTJ라서 그럴 수도 있는데, 다른 사람의 결혼식에 가면 웨딩 사진을 유심히 살펴보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찍은 결혼사진도 나중에 많이 챙겨보진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비용을 줄여서 우리끼리 셀프로 찍어보기로 했다.
셀프 웨딩 촬영이라고 검색해 보니 후기 글이 많았는데, 직접 스튜디오를 빌려서 촬영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빌릴 수 있는 스튜디오는 스페이스 클라우드에서 찾았다. 지역별로 검색할 수 있고 가격과 후기, 갖추고 있는 시설들을 볼 수 있어 찾기가 편했다.
우리는 집에서 가까운 송파 쪽의 "스튜디오 크리미"라는 곳을 대여했다. 1시간에 3만 원이라 다른 곳들보다는 비쌌는데 예쁜 소품들이 있어서 이곳으로 선택했다.
스튜디오는 넓고, 다양한 소품들이 있어서 촬영하기에 좋았다. 내가 촬영한 날은 흐렸지만, 창문이 있어서 채광도 괜찮았다. 사진으로는 못 찍었는데 옷걸이, 행거, 스팀다리미, 옷을 다듬을 수 있는 가위 등의 장비가 있었다. 촬영 전에 옷을 다듬을 수 있어 좋았다.
한 가지 단점은 조명이 없었다. 촬영날 여름 장마로 비가 온다고 했는데 혹시 내부가 어두울까 봐 집에 있는 조명을 챙겨갔다. 다행히 택시에 실을 순 있었는데 캐리어, 조명, 백팩, 우산까지 챙기는 게 꽤 힘들었다.
근데 막상 조명 빛이 노래서 얼굴이 노랗게 나와 막상 많이 쓰지는 못했다 쩝
촬영 전에 머리도 정리했다. 보통 스튜디오 촬영 전에 메이크업도 비싸게 받는다. 메이크업도 큰 욕심이 없었다. 스튜디오 근처 미용실 중 카카오 지도에서 가장 평점이 높은 곳을 골라서 머리를 다듬고, 드라이를 했다. 인당 2만 원 정도가 들었는데 꽤 만족스러웠다.
짝꿍이 촬영할 레퍼런스를 많이 찾아왔다. 짝꿍의 진두지휘하에 촬영을 진행했고 덕분에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제일 마지막 사진은 짝꿍과 옷을 바꿔 입어봤는데 너무 웃겼다 ㅋㅋ 찍으면서 엄청 깔깔댔다.
셀프 웨딩 해보니 진짜 힘들긴 하더라. 캐리어에 의상, 카메라, 삼각대, 신발, 백팩, 우산, 조명, 부케 등 많은 준비물을 챙겨야 했다. 3시간을 빌렸는데 옷 다리미질 하고, 촬영 세팅하고, 쉬지 않고 촬영하고, 끝나고 다시 캐리어에 정리하고. 촬영이 끝나갈 때쯤 DSLR 배터리가 방전 직전이었다. 배터리가 끝날 때까지 찍은 건 처음이었다. 그만큼 빡센 일이었다.
삼각대에 카메라를 놓고 찍으니 구도를 확인해야 해서 계속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어려웠다. 이런 면에서 촬영하시는 분이 따로 계시면 훨씬 편할 것 같았다.
조명이 없는 것도 아쉬웠다. 집에 있는 조명을 하나 챙겨갔지만 밝기가 약했다. (색도 노란색이었고) 그래서 얼굴이 어둡게 나오는 건 아쉬웠다. 나중에 보정으로 괜찮아지길.
그렇지만 재밌었다. 영상을 찍는 모습을 핸드폰으로 영상도 촬영했는데 나중에 보면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 전문 스튜디오에서 만큼의 화려한 사진은 아니지만, 어디에도 없을 우리스러운 사진이 아니었을까.
웨딩 사진에 큰 욕심이 없었다. 그렇지만 결혼식 때 사진이 하나도 없으면 주말에 멀리서 시간 내어 축하해 주러 오는 하객들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행복을 기록하는 동시에 하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방식으로 우리만의 웨딩 사진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