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결혼 전시는 총 3파트로 나뉜다. 과거(우리가 어떻게 만났는지), 현재(우리가 어떤 사람인 지), 미래(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갈 것인지). 그중 과거 파트에 우리가 처음 만났던 곳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곳은 파스타집이 아니라 중국집이었다. 연애한 이후로는 한 번도 안 갔으니 무려 7년 만이었다.
가게 앞에 삼각대에 DSLR을 놓고 사진을 찍었다. 여기서 찍은 사진을 갤러리 전시 때 쓸 예정이다. 길가에서 찍으니까 행인들이 있어서 찍기가 어렵더라. 후다닥 찍었다.
오랜만에 오는 금비는 예전과 똑같았다. 뭔가 처음 왔을 때 앉았던 자리에 또 앉은 것 같았다. 여자 친구를 처음 만난 곳이, 소개팅 국룰 식당인 파스타집이 아니라 중국집이었던 이유는 연애 상담을 받기 위함이었습니다.
나는 남중, 남고, 공대, 군대를 다녀와 이성에 대한 눈치가 전혀 없었다. 굴러들어 온 기회를 나도 모르게 걷어차기도 했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성급한 고백을 하기도 했었다.
한 번은 연애를 한 지 5일 만에 헤어졌다. (연애라 부르기도 힘든 기간) 이를 가엾게 여긴 내 친구가 지금의 여자 친구에게 연애 상담을 받아보라 해서, 그렇게 3명이 중국집에서 만나게 되었다.
나는 중국 음식을 제일 좋아한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먹는다. 나의 최애 메뉴는 새우볶음밥. 고슬고슬한 밥알, 담백한 계란, 운동하는 사람에게 없어서는 안 될 단백질 새우, 거기다가 짜장 소스에 짬뽕 국물까지. 간짜장 먹을까, 짬뽕 먹을까 고민하다가 항상 새우 볶음밥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다.
여자 친구는 중국식 냉면 마니아다. 기간 한정으로 나오는 이 메뉴를 절대 놓칠 수 없다. 탱글탱글한 짬뽕면, 냉면이면 빠질 수 없는 계란, 실한 해물 고명들, 무엇보다 새콤달콤한 국물과 땅콩 소스가 핵심이다. 여름에 내 여자 친구를 중국집에서 발견한다면 무조건 중국식 냉면이 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연애에 눈치가 없었던 나에게 이 중국집에서의 여자 친구와의 첫 식사는, 연애까지 성공을 시켜준 좋은 기회였다. 이런 자리를 마련해 준 친구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느낀다.
처음 만났을 때 먹었던 새우볶음밥과 중국식 냉면을 먹었다. 우리의 음식 취향은 변하지 않았고, 우리의 사랑도 여전하다.
이 내용이 위의 기획안처럼 전시에 들어갈 예정이다. 재밌겠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