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홍대입구 역 근처에 있는 플그 슈퍼를 다녀왔다. 오랜만에 주말 낮에 홍대입구 역 근처를 가봤는데 세상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 세상에서 가장 사람이 많다는 9번 출구를 지나 '타이거 슈가'라는 대만에서 넘어온 흑설탕 밀크티를 먹어볼 수 있을까 찾아갔다.
출처 : 타이거 슈가 페이스북 페이지
찾아간 타이거 슈가 앞에는 엄청난 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날도 쨍쨍해서 약간 더웠는데 긴 웨이팅 줄을 보자마자 탄성이 나왔다. 줄은 가게 안에도 길게 서 있었다. 그 와중에 흑설탕 밀크티를 주문해서 들고 나오는 사람들을 보니 부러웠다. 뭔가 맛은 달달하고 진한 밀크티 맛일 것 같은데 흑설탕이 밀크티 플라스틱 컵 표면에 패턴처럼 무늬가 있는 게 시각적으로 너무 멋있어 보이고 맛있어 보인다. 뭔가 흑설탕 무늬가 호랑이 무늬 같아서 타이거 슈가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까.
타이거 슈가는 다음에 먹어보기로 하고 플그 슈퍼로 향했다. 플그 슈퍼의 위치는 라이즈 호텔 1층에 위치해 있었다.
라이즈 호텔 위치
플그 슈퍼에 도착!
플그 슈퍼에 도착하니 왜 이름이 플그 슈퍼인지 알 수 있었다. 맥주 캔이 담긴 카트이며 (맥주 캔은 따져있진 않지만 속은 비어있었다.) 내부에서 파는 물건들을 볼 때 슈퍼(편의점)가 컨셉인 팝업스토어임을 알 수 있었다.
플그슈퍼의 인테리어는 흰색과 노란색, 검은색, 파란색의 조합으로 통일성이 있어서 보기 좋았다. 흰색 플라스틱 박스는 잠시만 있다가 사라지는 팝업 스토어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동시에 팝업 스토어를 만들고 해체하는데 실용적인 면까지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흰색 플라스틱 박스 안에 형광등 전구를 넣어서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인테리어에 재미를 더해주고 있었다. 탭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바깥쪽을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탭이 구석 자리에 있는 것 같아 처음 입장했을 때는 찾기 어려운 것 같았다. 매장에 들어오면 탭보다 캔이 눈길이 가서 드래프트 맥주는 없고 캔만 파는 건가 착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파는 맥주로는 조커 골든 페일 에일, 스칼라 벨지안 블론드, 젠틀맨 라거, 마담 체리 위트 에일, 홉스플래쉬 IPA, 몽크 IPA, 위치 초콜릿 스타우트, 미스트레스 사워 에일, 헌치백 세션 IPA가 있었다. 이 맥주들은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에서 정기적으로 생산하는 모든 맥주들이다. 즉 여기선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의 대표 맥주들을 모두 마실 수 있다. 위의 모든 맥주들은 드래프트도 있고 캔도 있었다. (캔 디자인은 최근에 변경되었다.) 개인적으로 플레이 그라운드 브루어리의 맥주는 이마트나 홈플러스에는 거의 없기 때문에 여기서 마시는 게 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슈퍼 컨셉이기 때문에 특별히 안주를 조리해서 팔진 않았고 맥주와 어울리는 간단한 안주들을 팔았다. 한켠에는 전자레인지와 뜨거운 물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팝업스토어이기 때문에 요리는 하지 않고 간단한 안주거리를 파는 것이 괜찮은 전략인 것 같았다. 하지만 대중들의 입장에서의 맥주 가게는 맥주보다 안주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맥덕이 아닌 일반인들에게는 어필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실제로 플그슈퍼는 토요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한산했다. 타이거 슈가 근처의 수 두루 빽빽한 사람들이 있는 거리와는 너무 다른 분위기였다. 물론 나는 한적하고 조용해서 너무 좋았지만 플레이 그라운드 브루어리에게는 손님이 적어서 많은 고민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안주를 요리해서 팔지 않는 이상 손님이 많이 올 것 같진 않다.
첫 번째 맥주를 마셨다. 왼쪽은 스칼라 벨지안 블론드 오른쪽은 마담 체리 위트 에일이었다. 맥주는 사실할 말이 없다. 너무 맛있었다. 마담 체리 위트는 특이하게 체리가 들어간 맥주였는데 체리 맛이 과도하게 부각되지 않으면서 맥주와 잘 어우러져 너무 맛있게 마셨다.
매장 가운데는 맥주 라벨 그림이 그려져 있는 스티커와 컬러링 엽서, 색깔 사인펜, 플레이그라운드 손부채 등이 있었다.
안주를 구경하다가 특이한 김이 있는 게 신기했다. 어떤 사람은 맥주는 안 사가고 김만 종류별로 모두 사가는 사람도 있었다.
버터 갈릭 김을 먹어봤다. 말 그대로 버터 갈릭 김이었는데 일반 김과 다르게 덜 짜서 맥주랑 잘 어울렸다.
두 번째 맥주는 헌치백 세션 IPA와 홉스플래시를 마셨다. 홉스플래시는 뉴잉글랜드 IPA 스타일의 맥주인데 맥주 설명에는 딱히 뉴잉글랜드 스타일이라는 말은 없었다. 설명을 적어줘도 괜찮을 것 같다. 맥주 맛은 크 진짜 너무 맛있었다. 뉴잉글랜드 스타일만의 쥬이시 함이 너무 강렬했고 뉴잉글랜드 IPA의 특징인 불투명한 맥주를 바라보기만 해도 너무 행복했다.
중간에 잠시 화장실을 갔는데 호텔 건물이라 그런지 화장실이 너무 좋더라.
못 마셔본 맥주들은 캔으로 사 왔다. 캔은 무거웠지만 들고 오는 내내 행복했다.
미끄럼틀의 브루어리 마크가 너무 귀엽다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는 일산에 본기지가 있는 브루어리로 브루어리의 이름에는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의 맥주 한 모금을 통해 고객들이 어린 시절 가졌던 순수한 즐거움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 맥주 양조사들 혹은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은 모두 어른이지만 맛있는 맥주를 즐길 때 비로소 순수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일산에 있는 플레이그라운드 브루어리의 본기지로 가보고 싶어 졌다.
참고로 플그슈퍼는 7월 7일까지라고 한다.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