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14일은 누군가에겐 수능이라는 거사를 치르는 날이었지만, 나에게는 라이스버거가 돌아온 역사적인 날이었다.
라이스버거는 출시 이후로 여러 번의 단종과 재출시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단종되었던 때가 약 5년 전 정도였다. 단종과 재출시를 반복했던 이유는 라이스버거는 대중적인 햄버거가 아니었고 매니아만 찾는 햄버거였기 때문이다. 얼마나 매니악했냐면 많이 팔아야 하기 위한 마케팅인 런치 할인 메뉴에도 포함되지 않았었다.
그런 라이스버거가 롯데리아 40주년 이벤트로 "레전드 버거"(인기가 있어서 레전드가 아니라 역사에 잊혀져서 레전드가 된 햄버거...)의 투표가 진행되었을 때 막강한 인기를 자랑했다. 예선은 1등, 본선은 2등을 기록했다.
본선 1등인 햄버거만 재출시될 수 있었다. 나는 친구들이며 지인이며 모두에게 라이스버거 투표해달라고 난리도 아니었다. 게다가 투표를 매일 할 수 있어서 매일 접속해서 투표를 했다. 이벤트의 트래픽을 늘리려는 롯데리아의 전략이 보였다. 라이스버거가 예선 1등을 했을 땐 너무 행복했는데, 본선에서는 투표가 진행될수록 1등은 힘들어 보였다. 예선에 있었던 5~8등의 햄버거 투표수가 오징어버거로 간 것 같았다.
투표 중에는 별일이 다 있었다. 라이스버거에 대량의 부정 투표가 발견되어 롯데리아 측에서 해당 득표를 삭제했다고 공지를 했다. 롯데마트 오징어 판매 관련 행사가 생기면서 오징어 버거로 정해진 결과 아니냐는 음모론도 있었다. 라이스버거를 투표해달라는 글과 만화도 생겼으며, 트위터에는 레전드버거 투표 결과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계정도 생겼었다.
결국 라이스버거는 2등을 하였고 영영 사라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번에 재출시가 되었다. 재출시된 이유로는 레전드버거 투표 때 라이스버거의 인기가 워낙 많았고, 오징어버거가 재출시된 후 오징어버거의 인기가 주춤해져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라이스버거 하면 남희석 씨가 대명사가 되지 않았을까. 야채라이스 불고기버거 콤보를 먹었다. 가격은 꽤 싼 편이었다.
역시 라이스버거답게 주문한 지 주문 후 햄버거를 받는데 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22분이 걸렸다. 이 정도면 슬로우 푸드이다. 라이스버거는 옛날부터 조리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인기 있는 햄버거가 아니다 보니 미리 만들어놓을 수 없고, 조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조리 시에는 밥 패티를 전자레인지에 돌린 후 손으로 꺼내는데 이때 굉장히 뜨겁다고 한다. 롯데리아 알바생들에게는 악명 높은 버거라고. 알바분들에게 죄송합니다 하필 이런 햄버거를 가장 좋아해서요.
고기패티가 밥패티보다 큰데 불고기버거 패티가 잘못 들어간 것 같다.
한입을 베어 물었다. 첫 한입을 먹는데 옛날에 먹었던 라이스버거의 추억이 떠올랐다. 약간 눈물 날 뻔도 했는데 고작 햄버거에 눈물을 흘릴 순 없지라고 생각하며 정신을 차렸다. 맛은 예전과 거의 똑같았다. 오징어버거는 재출시 때 약간의 리뉴얼로 이전보다 매워져서 사람들이 싫어했는데 그것을 의식해서 라이스버거의 맛을 바꾸진 않은 것 같았다. 한 가지 큰 차이점은 피클이 없었다. 피클을 없애고 조리를 쉽게 하고 가격도 낮춘 것 같았다. 또한 피클이 없는 것이 좀 더 대중의 입맛에 맞을 것 같다.
라이스버거가 작아서 별로라는 분들이 많던데 원래부터 작았기 때문에 나는 불만은 없었다. (물론 더 크면 좋겠지만) 나에게 아쉬웠던 점은 라이스버거의 처음 출시날이라서 그런지 만드는데 오래 걸리고, 햄버거도 좀 식어있었다.
햄버거를 먹는데 맛을 떠나서 추억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 같았다.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HOT나 신화가 몇십 년 만에 재결성하여 컴백 무대를 지켜보는 아이돌 팬의 마음이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다시 이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하고 행복했다.
라이스버거는 생각보다 맛있고, 밥과 패티 야채의 조합이 꽤 괜찮다. 기본적으로 불고기 소스가 들어있어 달달하지만 핵심 포인트는 마요네즈이다. 적당한 마요네즈가 햄버거에 느끼함을 부여해 라이스버거 특유의 맛을 자랑한다. 느끼한 것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라이스버거 강력 추천한다.
하지만 라이스버거의 미래는 뻔하다. 라이스버거의 출시날에 롯데리아를 갔는데 라이스버거를 먹기 위해 긴 줄을 서기는커녕 내 주변에 라이스버거를 먹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햄버거가 단종되었던, 레전드로 남게 되었던 이유도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짧으면 몇 달, 길면 1년 안에 라이스버거는 다시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 다시 사라질 생각을 하면 슬프다.
우리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들은 결국 사라지는 법이다. 그것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은 실제로 사라진 이후에나 깨닫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것이 우리의 곁에 존재할 때 마음껏 사랑해주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