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시대에 글을 쓴다는 것

유튜브 vs 브런치

by 박천희

옛날 초등학생 시절, 년도로 따지면 2000년에 포트리스2를 열심히 하고 있을 때 포트리스를 만든 회사 CCR에서 비주얼 검색 엔진(x2search)을 서비스한다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이 검색은 검색 결과를 텍스트로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해당 사이트에 접속한 화면의 이미지를 검색 결과와 함께 보여준다. 이는 사람이 이미지를 더 빠르게 인식한다는 점을 이용한 새로운 검색 방식이었다. 이 서비스는 획기적이었으나 대중에게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고 사라지게 되었다. 그로부터 약 19년이나 지난 요즘에야 유튜브와 같은 영상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데, CCR의 비주얼 검색 엔진은 너무 시대를 앞서간 게 아니었을까.


나는 옛날부터 글 쓰는 걸 너무 좋아했다. 중학생 때는 영어 학원에서 영어로 논설문을 쓰는 걸 좋아했고, 가장 친했던 친구가 판타지 소설을 좋아해서 따라 읽다가 친구와 같이 판타지 소설을 재밌게 쓰기도 했다.(물론 지금 읽어보면 완전 못 봐줄 정도이지만.) 사실 판타지 장르를 별로 안 좋아했어서 그 이후로는 판타지 장르가 아닌 단편 소설들을 고등학생 때까지 몇 편 썼다. 그리고 대학생 때는 "내가 만든 세상"이라는 소설 쓰기 동호회를 만들어서 큰 종이에 홍보 글을 써서 서울의 여러 대학교에 벽보를 붙이러 다녔다. (참고로 소설 쓰기 모임은 만들고 사람이 10명 정도 모여서 정모를 한 번 했다가 처음에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글을 올렸는데 시간이 지나니 뜸해졌다가 유령 클럽이 되어버렸다. 그 당시 유행했던 싸이월드 클럽이었다.)

내가만든세상.png 이땐 스마트폰도 없었던 시절이었다.

소설을 쓰는 건 세상에서 가장 재밌는 일이다. 시와 다르게 호흡이 긴 소설은 한번 쓰기 시작하면 몇 시간 동안 글을 쓰게 된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글에 완전히 몰입하여 몇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린다. 시간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모든 감각의 기능이 멈춰버리면서 내가 글과 물아일체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너무 좋았다. (그러고 보니 소설 쓴 지 참 오래되었다.)


대학생이 되어선 소설보단 싸이월드에 취미를 붙였다. 매일 하나씩 짧은 일기를 올렸다. 방학 때는 싸이월드에 거의 하루 종일 접속해있었던 것 같다. 그림 일기도 그려 올렸고, 가끔 소설도 썼다. 싸이월드는 지금 유행하는 SNS 들과는 다르게 일촌을 맺은 사람에게만 보이기 때문에 개방성과 폐쇄성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지금의 SNS들은 내가 글을 올리면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지만, 싸이월드는 내가 글을 올리면 내 싸이에 들어온 사람만 볼 수 있었다. 그런 폐쇄적인 특성 때문에 나는 일기나 글, 그림 같은 것을 더 올리기 쉬웠다. 그 이후 페이스북, 인스타 등을 하게 되면서는 누구나 내 글을 보게 되기 때문에 좋아요를 더 받기 위한 글, 사진을 올리게 되는 것 같다.

Cyworld.jpg 이거 알면 최소 아재

그런데 최근에 브런치 작가가 되면서 다시 한번 글을 쓰는 게 더 재밌어졌다. 싸이월드에서는 글을 쓰면 일촌들밖에 못 봤지만, 브런치나 블로그에 글을 쓰면 모르는 사람들도 내 글을 볼 수 있다는 게 나를 설레게 한다. '글은 결국 독자가 읽어야 완성된다.'는 말처럼 누군가가 내 글을 읽어줄 때 비로소 나의 글쓰기가 의미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대세 매체인 유튜브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생긴다. 국내 인터넷 검색 통계에서 유튜브가 네이버를 따라잡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무언가를 찾을 때 네이버를 검색하지 않고 유튜브에 검색해본다고 한다. 이처럼 유튜브는 확실히 대세 매체이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럴 것 같다. 내 글쓰기의 목표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기"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인데 이 꿈을 이루기 위해선 글쓰기보단 유튜브를 해야 꿈에 더 빠르게 도달하지 않을까.


사실 예전에 맥주 관련 영상을 찍어서 유튜브에 올려본 적이 있었다. 얼굴 나오는 건 부끄러워서 맥주잔을 보여주면서 찍었는데, 얼굴이 안 나오고 잔만 나오니까 영상이 되게 지루했다. 그래서 그림이나 자막, 효과음을 이것저것 넣긴 했는데 그래도 영상은 지루한 것 같았다. 그리고 카메라를 찍으면서 맥주를 마시다 보니 은근 긴장되고 말이 평소처럼 잘 나오지 않았다. (안 그래도 말을 잘하는 편이 아닌데.) 뭔가 유튜브는 말 잘하고 끼가 넘치는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것 같다. 유튜브에서 유명한 분들은 너무 끼가 넘쳐서 '아 도저히 저건 내가 따라 할 수 없겠구나.' 싶은 것들이 많았다.


물론 유튜버들이 모두 끼가 많은 사람들은 아니다. 특이한 캐릭터가 아니더라도 성공한 유튜버들도 많다. 하지만 분명히 내 적성은 말하는 것보단 글 쓰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책상에 앉아서 기계식 키보드를 도도도도 치는 손가락의 느낌도 좋고, 말주변이 없으니 글로 쓰는 게 더 좋고, 카메라가 지켜보지 않으니 덜 부담스럽다. 굳이 내 적성에 맞지 않는걸 억지로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치만 결국엔 유튜브도 해야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계속 드네 하하핫. (답정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