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첫 문장으로 시작된다.
어떤 소설의 첫 문장은 우리를 압도한다.
“국경의 긴 터널을 지나자 눈의 나라였다.”(설국)
이 문장 이후에는 이미 모두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눈의 나라에 당도하고 말았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이방인)
그렇다. 세상사는 온통 부조리의 온상이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기 다르다.”(안나 까레니나)
모두가 행복하지 못한 이유는, 저마다 채우지 못한 욕망이 문제이다.
지금보다 어리고 민감하던 시절 아버지가 충고를 한마디 했는데 아직도 그 말이 기억난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을 때는 이 점을 기억해 두는 게 좋을 거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서 있지는 않다는 것을.”(위대한 개츠비)
비극적인 운명 속으로 스스로 걸어가는 자를 때로는 나는 이해해야 한다.
내 삶의 기둥으로 세우고 싶은 다음 문장이다.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파친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