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날 비행기를 타고 오타와에 도착했다. 어떤 아빠들은 제대로 산타 분장을 하고 아이에게 선물을 주기도 한다는데 우리집에서는 산타의 존재가 중요하지 않다. 부모의 게으름은 동심에 치명적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아이와의 대화에 산타할아버지를 부르지 않는다.
캐나다에 가면 눈을 볼 수 있을 줄 알았던 딸아이가 실망한다. 착륙하는 비행기 안에서 창 밖을 내려다보니 땅 위에 눈이 한 톨도 없다. 올 겨울은 실수로 한 장 더 넘긴 달력을 보면서 사는 기분이다.
그래도 겨울은 겨울, 캐나다는 캐나다. 크리스마스에는 눈이 내리지 않았지만 일단 눈이 내리기 시작하자 우리에게 익숙한 겨울이 순식간에 찾아들었다. 그동안 춥지 않아 나를 불안하게 만든 겨울에게 춥다고 소리를 질렀다.
나는 오타와에 오면 하고 싶은 일이 있었다.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라서 하지 못하게 되면 더 실망스러운 그런 일이었다. 남편은 딸아이에게 얼음집을 만들어주느라 하루를 다 보냈다.
엄마가 되고난 뒤 내 삶의 우선순위에서 내가 밀려나는 것을 매일매일 경험한다. 몸은 피곤하고 머릿 속은 복잡하지만 아이들과 사랑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기쁨이 크다. 하지만 나라는 존재의 우선순위가 나에게서 뿐만이 아니라 여기저기서 내려왔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의 내 마음은 문장이 될 수 없다.
딸아이 얼음집 때문에 책 한 권 사러가는데 꼬박 하루를 기다렸다. 나를 향한 너의 마음은 행동이 되지 못하고 너의 생각 안에, 너를 향한 나의 마음은 예고없이 쏟아지는 잔소리가 된다.
아이들은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