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류연재

계절의 눈치

by 준혜이

이렇게 춥지 않아도 괜찮은 걸까. 아침마다 문을 열고 아파트 밖으로 나가면 우리집이 바깥보다 더 추워서 놀라곤 한다. 크리스마스를 삼일 앞둔 오늘 기온은 영상 13도, 우산이 필요없는 비가 내린다.


작년 겨울은 춥고 눈이 자주 내렸다. 둘째가 태어난 지 두 달 쯤 된 어느 날, 나는 창문 앞에 서서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밖에 나가고 싶어하는 딸아이를 말리지 못하고 집을 나섰다. 눈 밭을 굴러다니면서 깔깔거리는 딸아이, 추워서 발을 동동 구르는 나와 유모차에 담겨 아파트 로비 안에서 자고 있는 둘째는 내 추운 겨울의 기준이 되었다.


계절의 눈치를 보고 있다. 겨울옷을 입고 누가봐도 겨울인 우리가 집 밖으로 나가면 '우와, 하나도 안춥네' 가 입김을 대신한다.


나는 이 겨울이 불안하다. 나이들어 한 풀 꺾인 성깔, 괜찮다는 말 뒤에 숨은 괜찮지 않은 마음과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도 있는 불행이 춥지 않은 겨울 속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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