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보다 카지노, 캐러비안 크루즈
이틀동안 멈추지 않고 달린 바다를 쉬게 하는 섬. 누구도 그동안 지겨웠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우리 눈 앞으로 점점 다가오는 섬을 바라보는 우리의 표정이 어제같지 않다.
Aruba에서 우리는 해수욕을 하기로 했다. 크루즈에서 내리면 수많은 관광상품으로 호객하는 아저씨 아줌마들을 만나게 된다. 크루즈 직원들을 통해 배 안에서 미리 관광코스를 선택, 결제한 뒤 가이드와 함께 섬을 관광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다른 관광은 필요없이 바닷가로 데려다 줄 택시만 잡아타기로 했다.
나는 물에 들어가지 않을 생각으로 수영복을 챙겨오지 않았다. 하지만 끈질기게 한 번만을 외치는 남편 때문에 나는 입고 있던 옷 그대로 바다 속에 들어갔다. 나이들수록 물 속에 온 몸을 담그는 게 무서워진다. 수영을 제대로 배워야한다.
둘째는 여행중에도 자신의 생활습관을 지킨다. 신기하고 기특하다.
세 시간 정도 바다에서 놀다가 크루즈에 들어가서 샤워를 하고 밖으로 다시 나왔다.
여행 준비를 하면서 남편이 짐은 안싸고 자꾸 물건을 사들여 나는 화를 냈다. 하지만 둘째 목욕겸 물놀이를 위해 준비한 오리 튜브 욕조(?)는 없었으면 둘째가 자주 울었을 것이다. 둘째는 샤워기를 무서워하고, 크루즈 안의 수영장은 기저귀를 뗀 아이들만 들어가서 놀 수 있었기 때문이다.
코코넛 주스를 사먹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배앓이를 하게 될까봐 참았다.
딸아이 친구에게 줄 기념품을 사고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Aruba가 네덜란드 자치국이라는 걸 보여주는 기념품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언젠가 한 번쯤은.
안될 일이다.
남편은 크루즈 쇼핑 프리젠테이션에서 본 햇빛을 받으면 색이 바뀌는 티셔츠를 샀다. 내가 갖고 싶지 않다고 해서 남편이 가질 수 없는 건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시부모님 앞에서 남편한테 뺑덕어멈처럼 굴고 싶지 않았다.
배에 들어갈 시간이 되었다.
크루즈 배를 밖에서 보니 층수가 높아질수록 창문이 좋아졌다.
저녁을 먹고 딸아이는 크루즈 어린이집에, 둘째는 시부모님께 맡기고 나는 두 시간동안 카지노에서 30불을 잃었다. 쇼핑은 원하는 것을 사면 끝나지만 카지노에서 돈을 따면 그걸로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다고 큰소리 치면서 나는 돈을 슬롯머신 속에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