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심을 잃고 목소리를 높이던 순간을 지나 제 정신을 차리고 보면 아이들이 겁에 질린 얼굴로 나를 구경하고 있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내 눈길, 손길이 닿지 않은 곳 없는 내 아이들은 그 사랑의 댓가로 누구에게도 들킨 적 없는 나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면서 살고 있다.
2015년의 마지막 날, 온 가족이 즐겁게 모여 앉은 식당에서 나는 식당 아저씨에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나는 별 생각없이 밥을 먹고 있었는데 남편과 시아버지를 보니 불친절한 식당 서비스에 표정이 굳어져 있다. 결정적으로 남편이 우리가 고기를 구워먹던 불판에 고기 양념이 까맣게 타 붙어 직원에게 불판을 바꿔 달라고 했는데 직원이 쿠킹호일만 한 장 갖다주는 바람에 시아버지가 화를 내시며 한마디 하셨다. 그 순간 나머지 가족들은 숟가락, 젓가락을 식탁 위로 가만히 내려놓았다.
식당 아저씨가 우리 자리로 올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내 머릿속에는 우리 아이들에게 할아버지와 아빠가 식당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는 생각뿐이었다. 세상 모든 어른들의 비밀을 벌써부터 아이들에게 드러낼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식당 아저씨가 우리 테이블로 오자마자 나는 우리 가족들 중에서 제일 먼저 말을 꺼냈다. 나는 아무도 끼어들 수 없게 불판의 문제점을 아저씨에게 바쁘게 지적했다. 결국에는 식당 아줌마까지 주방에서 나와 밥값은 내지 않아도 되니 우리더러 그냥 나가라고 했다. 아줌마는 불판을 바꿔주지 않는게 자기 식당의 원칙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시동생은 나에게 멋있다고 했지만 나는 시할머니, 시아버지, 시어머니 앞에서 언성을 높여 식당 사람들과 홀로 싸웠다. 아이들은 늘상 보아온 화난 엄마의 모습에 이제 울음을 터뜨리지도 않는다.
그날 밤 자려고 누운 나의 귓가에는 식당에서 소란을 피우는 내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생각하면 할수록 내가 한 짓이 부끄럽지만 아이들 앞에서 시아버지와 남편의 품위를 지켜준 건 잘 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