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류연재

두 번째 이사

by 준혜이

이사하는 날, 떠나는 곳은 처음 살기 시작했을 때보다 작아져있고 새롭게 살기 시작할 동네는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는다.



빈 방은 딸아이와 달리는 장난감 자동차로 잠깐동안 채우고 우리의 생활은 수많은 상자 속에 담겨 트럭을 타고 간다.



오래된 책장 대신 창가에 책을 둘 수 있게 되었다. 새로 이사한 아파트는 속옷 공장을 개조한 곳이다.

공장은 아파트로 변신하고 나는 끝까지 사람으로 살 것이다. 천장이 높고 주방을 마주한 창문가가 빨간 벽돌벽이다. 이 두 가지에 반해서 욕조가 없는 욕실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이사를 결정했다. 두 아이와 함께 목욕하는 즐거움을 잠시 잊은 선택이었다.


내년 이 맘 때쯤 나는 또 이사를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처음부터 마지막을 마음에 그려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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