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남자친구의 겨울잠바를 입고 있습니다. 바쁘게 짐을 싸고 있는 남자친구 앞에서 왜 더 이상 이 옷을 입지 않는 거냐고 물으면서 자신의 몸에 맞지도 않는 그의 옷을 주워 입은 것 입니다. 불편해서 입지 않는다는 그의 대답을 그의 겨울잠바에 따뜻하게 안겨있는 여자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여자에게 남자친구가 세상에서 가장 멋있었던 날,
그는 이 겨울잠바를 입고 있었습니다. 유난히도 추웠던 그 날, 여자의 남자친구는 이 겨울잠바 속에 그녀를 넣고 그의 체온을 선물했었지요. 여자가 그와 함께 북극으로 여행가고 싶다는 꿈을 꾸게 한 그의 체온과 겨울잠바입니다.
여자가 낯선 나라에 도착한 첫 날부터 오늘까지 그녀의 남자친구는 그녀의 곁에 있었습니다. 내일이오면 여자는 그가 없는 나라에 살게 됩니다. 그녀없이 그가 홀로 견뎠던 시간이 돌고 돌아 여자에게 도착한 겁니다. 남자친구는 기억나지 않는다 말하는 혼자였던 시간. 내일부터 그녀는 남자친구의 과거 속에서 살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슨 옷이 이렇게 많아! 나보다 더 많은 것 같아.어! 나 니가 이 옷 입은 거 본 적 없다. 재밌다, 너 짐 싸는 거 구경하는 거. 이렇게 니 물건들 다 꺼내놓고 보니까 무슨 박물관 같애. 니 짐 다 싸고 내 짐 싸러 갈래? 나는 아직 여기 더 있어야 되지만 미리 짐 싸두면 좋잖아."
"이 잠바 너 안 입을꺼면 나 가질께. 근데 좀 슬퍼. 내가 제일 좋아하는 네 모습 볼려면 니가 불편해서 잘 안 입는 옷을 입어야 된다는 게. 나, 내일 이 잠바 입고 공항에 갈께. 내가 제일 좋아하는 네 모습으로 널 배웅할래. 니가 보는 내 마지막 모습이 니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이면, 너 옷 입을 때마다 거울보면서 내 생각이 좀 나지 않겠어? 내 얼굴이 조금 더 널 닮았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