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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준호 Sep 23. 2024

열다섯 살, 나홀로 영국 -두근두근 어학원에서의 첫 날

15살??????????외국인이 놀란 이유 

2024.1.2. 화요일


어제처럼 5시쯤에 일어났다. 기분이 이상했다. 보통 5시에 일어나면 더 자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자기  싫었다. 창문을 열고 새벽의 향기를 맡았다. 새벽의  공기는 차가우면서도 따뜻했다.  나는 거실로 가서 소파에 앉았다. 할리가 다가와서 나를 핥기 시작했다. 그리고서는 밥그릇 앞에  앉았다. 할리가 밥을 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이안이 내려왔다. 이안은 나에게 “굿모닝”이라며  인사했다. 나는 이안에게 할리가 배고픈 것 같다고 했다. 이안은 “할리는 배고플 때면 애교를 부린다” 고 했다. 그리고선 할리를 쓰다듬으며 사료를 주었다. 


이안은 나를 위해 아침 식사를 준비해 주었다.  7가지 종류도 넘어 보이는 시리얼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고 취향에 따라 먹으라고 했다. 이안은 다시 침실로 돌아갔다.  


아침을 먹고 어학원으로 출발했다. 어학원은 지하철로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하철에는 출근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도 진짜 런던 사람이  된 것 같아서 자랑스러웠다. 어학원이 있는 곳은 작은 마을이었다. 비가 내리고 있어서 우산을 펼쳤다.  어학원에 도착했는데 신입생 중에서는 내가 제일  먼저 도착했다. 그 후로 하나둘씩 들어오는데, 서로  대화를 하지 않아서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몇십 분을 보냈다.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레벨 테스트가 있었다. 



아르투르와 대화를 시작한 테이블. 이 때 아르투르는 왼쪽 네번째 자리에 앉아있었다. 나는 사진을 찍는 중앙에 앉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미리 테스트를 했지만 나와 다른 사람 한 명만 하지 않았다. 그와 나는 교실에 남겨져서 열심히 문제를 풀었다. 나는 문제를 다 풀었고 그 친구도 끝난 것  같았다. 나는 둘 사이에 있는 어색함을 깨고 싶었다. 나와 그의 거리는 멀었다. 그래도 나는 용기 내서 말을 걸었다. “다 풀었니?” 이후 그는 내 근처로 와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브라질에서  왔고 이름은 아르투르였다. 브라질 하면 축구가 떠올라 축구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아쉽게도  그는 축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브라질 사람들은 모두 축구를 좋아한다는 것은 오직 나의 고정 관념이었다. 아르투르는 한국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많았다. 뉴진스 같은 아이돌 그룹들도 알고 있었고, 심지어 나조차 모르는 한국 드라마도 알고 있었다. 나는 브라질에 대해 아는 게 축구와 삼바밖에 없어서 미안했다.  이후 선생님이 들어와 점수 채점을 하고 교실을  배정해 주었다. 나는 그와 같은 반에 배정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아르투르와 다른 반에  배정되었다. 아쉬웠다. 그와 같은 반이 되었다면 재미있었을 것이다. 

  


어학원에서의 첫 날, 오리엔테이션 일과 안내 

수업 중인 교실에 들어가는 것이 긴장되었다. 문을 정확히 세 번 “똑똑똑” 두드리고 문을 열자, 모두가 나에게 인사했다. 교실에는 내 또래 친구들은  많이 없어 보였고 어른들이 대다수였다. 처음에는  많이 떨렸지만 모두 인상이 좋아보였다. 수업 분위기도 좋아서 적응하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나는 터키에서 온 청년과 짝 활동을 했다. 터키 청년은 수업과제는 대충하고 나에게 내 나이를 물어보았다.  나는 만 나이 15살이라고 했다. 그러자 갑자기 놀 란 듯이 눈이 커지며 다시 한번 되물었다. “15살?”  나는 15살이 맞다고 하자 그는 다시 한번 놀랐다.  그는 나를 18살 정도로 봤다고 한다.  레벨 테스트가 오래 걸린 탓에, 1시간도 되지 않아서 점심시간이 되었다.



 먹을 것을 사기 위해 학원  내에 있는 매점에 갔다. 매점이 문을 닫아서 나는  책상에 앉았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누군가와 함께  책상에 앉아있었다. 나만 위축되는 기분이었다. 아르투르가 생각이 났다. 나를 그와 다른 반에 배정시킨 선생님을 잠시 원망했다.  


잠시 후 아르투르가 보였다. 그는 유럽 사람들로  보이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있었다. 그가 나에게  다가올 줄 알았다. 그러나 그는 그 친구들과 책상에 앉았다. 어학원 생활을 망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외톨이로 지내야 할까봐 걱정도 되었 다. 어느 순간,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을 보았 고, 마침내 그가 내 근처에 있는 정수기 쪽으로 가는 것이 보였다. 괜한 기대는 하지 않았다. 나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스마트폰으로 되돌렸다. 잠시 후  발걸음 소리가 서서히 커지는 것이 들렸고, 그때 내  앞에는 아트루르가 있었다. 그가 나에게 “우리랑 같이 앉을래?”라고 말했다. 그때의 감정을 표현할 단어가 떠오르질 않는다. 아마도 살면서 가장 기쁜  순간이었을 것이다. 나에게 다가온 아르투르에게 정말 고마웠다.  


그들의 테이블에 합석했다. 다른 친구들도 브라질에서 왔다. 그들은 연인이었고 이름은 키아라와  구스타보였다. 키아라는 굉장히 활발하고 사교적인  성격이라서 친해지기 쉬워 보였다. 구스타보는 말을  너무 빨리해서 가끔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대화하는 도중 중간에 대화가 끊기면 굉장히 어색했다. 다행히 활기차고 말이 많은 키아라 덕분에 점차 어색함을 풀어나갔다. 키아라가 나에게 점심을  먹었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점심을 먹지 않았다고  했다. 키아라는 나에게 도넛 한 조각을 주었고 “내일 같이 세인스버리(슈퍼마켓)에 가자”고 했다. 나는 당연히 좋다고 했다. 많은 얘기를 하지 못했지만 벌써 오후 수업 시간이 다가왔다. 친구들은 나 에게 저녁에 같이 놀자고 했다.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각자의 오후 수업에 갔다.  


오후 수업에는 학생들이 많이 없었다. 나를 포함 해서 4명이 있었다. 그들은 모두 일본인이었다. 오후 수업 주제는 ‘새해 목표’였다. 나는 목표에 대해  떠올려 보았다. 런던에 오기 전 나의 목표 중 하나는 친구들을 사귀는 것이었다. 나는 방금 그 목표를 이루었다. 런던에서 그 친구들과 보내게 될 시간이 기대됐다.  오후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이 로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어학원 밖을 나왔다. 점심시간에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했다. 구스타보와 키아라는 런던에 온 지 한 달이 되었다고 한다. 아르투르, 키아라, 구스타보와의 만남은 복잡했다. 아르투르를 공항에 태우러 온 픽업 택시를 같이 탄 비니 시우스라는 사람이 있는데, 비니시우스는 키아라와  원래 아는 사이라고 했다. 비니시우스는 아르투르에 게 키아라와 구스타보를 소개시켜 주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들이 서로 알게 된 것이라고 한다.  


지하철을 타고 옥스퍼드 스트리트로 향했다. 키아라가 비틀즈를 좋아하냐고 나에게 물어봤다. 나는  비틀즈에 대해 많이 몰랐지만, 키아라와 이야기하고  싶어서 비틀즈를 좋아한다고 했다. 키아라가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앨범이 뭐냐고 물어봤을 때는 당황스러웠다.*이런 고급 질문이 들어올 줄은 몰랐다. 싫어하는 건 아니었으니 좋아한다고 한건데.. 

나는 사실 비틀즈를 잘 모른다고 했다. (깨갱..) 그날 지하철에서 키아라는 나에게 비틀즈의 노래를  들려주었다.  



우리는 옥스퍼드 스트리트에 도착했다. 저녁에 간  옥스퍼드 스트리트는 어제 아침에 갔을 때랑은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아침에는 사람이 적고 한적했지만, 저녁에는 길을 쉽게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키아라가 다른 친구들도 부른다고  했다. 그 친구들은 비니시우스와 그의 여자친구 브루나였다. 그 친구들은 런던 시내에 있는 어학원에  다닌다고 했다. 우리는 키아라를 따라서 쥬얼리샵에  갔다. 반짝이는 보석들이 아름다웠다. 키아라는 반지를 사고 싶다고 했다. 키아라는 여러 반지를 착 용해 보았다. 키아라는 보석 가게에서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내 눈에는 반짝이던 아름답던 보석 들도 더이상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다.  나는 아르투르, 구스타보와 보석 가게로부터 탈출했다. 구스타보는 졸리다며 집에 갔다. 










나와 아르투르는 신발을 사러 스포츠용품점에 갔다. 아르투르는 신발을 여러 개 신어보았다. 그는 마음에 드는 신발을 찾지 못했다. 나는 위층에 있는 축구 용품을 구경하러 갔다. 나는 인조 잔디 위에서 축구공을 차보았다. 10분 정도 축구를 했을 때 아르투르가 종이봉투를 들고 올라왔다. 아르투르가 신발을 샀다고 했다. 그의 표정은 행복해 보였다.  시간이 늦어서 집으로 가야 했다. 지하철을 타고  돌아가는 길에 아르투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르투르는 상파울루 출신이고 초등학교 친구  중에 브라질의 유명한 축구선수 호빙요의 아들이  있었다고 했다. 믿기 어려웠지만 나에게 네이마르와  찍은 사진도 보여주었다.


아르투르가 이 글을 위해 다시 보내준 사진, 어린 아르투르와 네이마르 

 어렸을 때 행사에서 찍었다고 했다. 네이마르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축구선 수였기에 아르투르가 정말 부러웠다.  


집으로 돌아가서 욕조에서 뜨거운 물로 샤워했다. 물이 바닥에 튀지 않게 조심했다. 1층으로 내려 가 작은 방에서 기타를 치고 있는 이안에게 인사했다. 이안은 나에게 차 한잔과 저녁을 권했다. 9시였 지만 이안이 준비한 저녁을 거부할 수는 없었다.  음식을 데우는 이안과 그날 나에게 어학원에서 있었던 일, 나의 새로운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내 이야기를 흥미로워했다.  옥스퍼드 스트리트의 기억은 잊을 수가 없다. 북적이는 사람들과 건물과 건물 사이 걸려있는 반짝이는 조명들, 그리고 내 옆에는 친구들이 있었다.



*나중에 와서 생각해보니 내가 레벨테스트를 알지 못한 건 수긍이 가는 일이다. 그런데  추후 우리의 일정을 거의 계획했던 극 J인 아르투르가 레벨테스트를 모르고 왔다는 것이 미스테리다. 나와 친구가 되려고 그랬던 걸까?:D   



#런던여행 #런던어학연수 #영국어학연수 #네이마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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