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2024.1.1.
월요일 상쾌한 새해 아침이었다. 시차 적응이 덜 되어서 그런지 모두가 잠든 새벽 5시에 일어났다. 나는 시공간적 인지를 잠시 잃었다. 내가 런던에 있다는게 믿기지 않고 엄마가 문을 열고 나를 깨울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런던에서의 새로운 자아가 있고, 나는 더 이상 최준호가 아닌 ‘준호 최’로 살아가야 한다. 정신을 가다듬고 계단을 내려가 어제 제대로 구경하지 못한 집을 구경했다. 2층은 3층과 똑같은 구조였고, 1층의 거실에는 벽난로와 소파가 있었다.
*아쉽게도 집 사진을 많이 못 찍었다. 음식사진도. 뭔가 음식 먹는데 사진을 찍기가 i로서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거실에서 강아지 할리가 자고 있었다. 나는 할리를 깨우지 않기 위해 살금살금 걸었다. 부엌에는 큰 테이블이 중앙에 놓아져 있었고, 테이블에 앉아서 위를 올려다보면 뻥 뚫린 천장을 통해 하늘을 바라 볼 수 있었다. 부엌 옆에는 마당도 있었다. 마당에 는 작은 테이블과 꽃들이 있었다. 마당을 가기 위해 문을 열려고 했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다. 부엌으로 고양이가 들어왔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고양이가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코코는 처음에는 낯을 많이 가렸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니 갑자기 조그마한 고양이 전용 통로를 통해 마당으로 도망쳤다. 잠시 후 코코는 집 안으로 돌아왔다. 코코는 나에 대한 적대감을 풀었는지 내가 쓰다듬는 것을 허락해 줬다. 배가 고파서 아침 식사로 간단하게 시리얼을 먹은 후 계획을 짰다.
나는 MBTI 가 P이기 때문에 아무런 계획 없이 런던에 왔다.
*저의 mbti를 추측해주세요^^
이곳에서 이방인인 나는 그냥 도시를 방랑하기로 했 다. 집 밖을 나서려고 문을 열려 했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다. 사방팔방으로 열쇠를 넣고 문고리를 돌려봤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10분 정도 돌렸을 때, 어떻게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문이 열렸다. 문을 여니 거센 바람이 불고 있었다. 어젯밤에 제대로 보지 못했던 런던의 주택가를 걸었다.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은 조깅하고, 개를 산책시키고 있었다. 도로 건너편에 지하철역이 있는데, 사람들은 모두 무단횡단을 하고 있었다.
런던에서 지하철을 타려면 오이스터 카드가 필요하다. 나는 만 16세 미만 이라서 요금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이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역무원에게 요청해야 했다. 이것은 나의 런던에서의 첫 과제였다. 역무원에게 말을 걸기 무서웠지만 그래도 반값에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는 혜택에 용기를 내서 말했다. 역무원은 쿨하게 나이 검사도 하지 않고 카드를 만들어 주었 다. 내가 머무르던 북런던 지방에서 런던 중심부까지는 지하철을 타고 30분이면 도착한다. 지하철을 탔을 때, 사뭇 한국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런던의 지하철은 오래되어서 좌석도 위생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오래된 지하철에 정감이 갔다.
처음으로 간 곳은 런던의 최고 번화가 중 하나인 옥스퍼드 스트리트다. 너무 일찍 와서 그런지 가게는 모두 문을 닫았다. 그중 유일하게 문을 연 곳은 맥도날드였다.
다른 나라의 음식 문화를 체험하려면 맥도날드에 가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메뉴를 보니 ‘필레 오 피쉬’라는 생선튀김이 들어간 햄버거가 있었다. 그 버거는 피쉬앤 칩스와 비슷한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생선버거를 먹고 싶지 않아서 맥모닝을 먹었다. 오전 10시쯤 되니 사람들이 슬슬 거리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는 그냥 옥스퍼드 스트리트의 길을 걸었고, 여러 가게도 구경했다. 옷 구경을 했더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다. 점심은 파이브 가이즈에서 먹기로 했다. 나는 베이컨 치즈버거를 시켰다. 햄버거 안에 넣을 재료를 모두 고를 수 있었다. 그리고 공짜로 가져가서 먹을 수 있는 땅콩이 있는데, 정말 맛있었다. 땅콩만 50개 까먹은 것 같다.
아침과 점심을 햄버거로 때우고, 나는 런던의 명실상부 랜드마크인 빅벤으로 갔다. 웨스트민스터역 을 나오자마자 보인 것은 장엄한 빅벤이었다. 모두가 빅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는 사진을 찍어줄 가족이나 친구가 없어서 셀카를 찍었다. 빅벤 주변에서 큰 행사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인파가 많았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2시쯤에 샤론에게서 연락이 왔다. “새해맞이 식사가 준비 되어있어. 지금 올 수 있니?”라고 했다. 런던 구경을 더 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홈스테이 가족들과 더 가까이 지낼 수 있는 시간이 되리라고 생각했다. 테이블 위에는 다양한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레이비소스를 뿌린 돼지고기와 으깬 감자, 당근, 브로콜리 등의 채소를 내 접시에 담았다. 감탄할 정도로 맛있지는 않았지만, 음식이 어떠냐고 웃으며 나에게 물어보는 이안에게 나는 당연히 맛있다고 해야 했다.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카톡이 하나 와있었다. 유학센터에서 '학원 첫날이니 잘 다녀오고, 한 달 동안 좋은 추억을 만들라'고 하셨다. 나는 설렘과 긴장을 안고 어학원에서의 첫날을 고대하며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