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eed Enabler
Mar 08. 2022
어제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그동안의 일상'을 물었다.
사실 나는 별로 할 말이 없었다.
언제부턴가 근황을 물으면 무엇인가 생산적인 것이나 굵직한 사건들을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외 일들은 그저 전달되지 못하는 지난한 시간이라는 것 마냥...
우물쭈물 사이, 다른 이가 가족과 함께한 주말, 전과 막걸리 한 잔의 즐거움을 이야기하더랬다.
대체 내 근황은 뭘까... 골똘하던 것에 묻혀 사고와 시간은 지나갔다.
문득 아침에 주말에 내가 했던 작은 일상이 생각났다.
그것은 베란다에 버리기 주저하며 잠시 둔(이라고 쓰고 쳐 박아둔이라고 읽는) 탁자 위에 집안 꽃화분을 모아 두고 향기와 보는 즐거움, 차이도 안나는 각도를 이리저리 옮겨대며 만지작 거리던 기쁨의 시간이었다.
햇볕에 찬란히 빛나는, 시장에서 사 온 오천 원 다발 꽃들과 화분들을 보고 있자니, 은은함과 반짝임으로 아주 단출하지만 내 마음에 따스한 볕이 드는 시간이었다.
나는 왜 그 시간을 그렇게 쉽게 떠나보냈을까...
그 아이만의 단 한 사람의 저자에게 들었다며 지인이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생활에 묻혀 아이를 기능인으로만 보지 말아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며, '기능인으로 살아가는 존재는 우리 아이일 수도, 나 이거나, 신랑, 엄마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위한 기능인이란 말인가...
만약 누군가 어찌 보내었느냐 다시 묻는다면,
'주말에 나의 마음을 채우고, 에너지를 얻고, 그 에너지를 소중히 간직하고픈 내 마음의 정원을 만든 그런 나의 시간을 짧게나마 보냈노라'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