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ed Enabler Jun 13. 2023

지금 트랜지션 중입니다.

입이 있어도 말을 할 수 없다.

강산이 두 번 변할 동안 조직생활을 하며, 신입부터 고년차까지 버티는 과정에서 나는 꽤 많은 것을 겪어냈다.

그러지도 못하는 성격이지만, 제 아무리 설렁거리며 다닌다 해도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그래도 몸에 밴 재주가 있지 않을까...


그럼에도 나는, 이십여 년의 1차 직업과 고별하며, 2차 직업의 세계를 신입이 되어 맞이했다.


1차 세계와 2차 세계는 사고를 돌리는  판 자체가 달랐다. 이것은 명확히 이과에서 문과로의 전환이며, 정량에서 정성으로, 데이터가 쓰인 종이에서 화려한 언변으로의 대 이동이었다.


대변화를 미처 인지 못한 나는 막연한 자신감과 도전정신으로 49:51 중 51을 선택한 우매한 인간이었다.


"아놔, 도저히 이해 안 간다."를 토로할 때마다,

나의 평생지기는 "듣고도 안 들은 척, 보고도 못 본 척, 알고도 말 못 하는 척해" 라며 새 술을 담는 새 부대에 적응해 보란 말을 했다.

"뭔 소리야, 언제 적 얘기냐고!"


나의 2차 직업세계, 뉴월드에 대해서 내가 빚는 혼선과 혼돈의 카오스 요인은 뽑을라 치면 A4 빼곡히 한 장도 모자라지만 그중 중요한 하나는,

내가 정말 신입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당 밖 큰 연못에서 풍월 읽던 20년 묵은 개구리에게, 고여있는 우물 안에 있는 개구리들에게는 익숙해서 알 수 없는 비효율과 비논리, 모순은 더 쉽게 보이는 법이다.

한편으로 최초의 그 우물도 나름의 이유 안에서 형성이 됐겠지만, 남의 집 개구리는 그 역사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이사 온 개구리의 가슴은 답답하기 그지없다.

이전 집에서 홈그라운드 선수였던 내 모습과 직무도, 조직도, 사람도, 방식도 생소한 동네에서의 내 모습은 너무도 다르다.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마냥 이전의 활개는 펼치기가 어렵고, 내 주장 하나 내는 것도 조심스러울 뿐이다.

그들 역시 이곳의 서당개인 것을 나는 잊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이 보고도 알고도 말하기가 어렵다.


언젠가는 내 이 모든 생각을 한 트럭 말할 수 있기를 고대하며, 오늘도 침을 삼켜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