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이후에도 계속되는 관계

: 오프보딩과 알럼나이 네트워킹

by Seed Enabler

얼마 전에 우연히 마이유스라는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주인공 역할을 했던 천우희 배우가 울면서 친구에게 퇴사 소식을 전하는 장면에서 "어느 하나 내 것이 없었다"라는 말을 하던 장면이었는데, 회사를 다닐 때는 인생의 모든 시간이 회사에 엮여있지만 막상 퇴사를 하게되면 소속감도 동료도 심지어 종이 조각 하나도 내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된다.

회사를 다닐때는 매년 책상의 한 곳을 묵직하게 차지 하고 있는 빨간 별표 가득한 업무 다이어리가 가지고 나갈 수도 없고, 남이 쓸수도 없는 쓰레기로 변하는 것도 정말 한순간이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직원이 회사를 떠나는 순간, 관계는 종료된다. 퇴사 서류를 작성하고, 출입증을 반납하고, 업무 인수인계를 마치면 그것으로 끝이다. 회사를 그만 둔다는 것은 이러한 허망한 절차를 포함하여 더이상 회사에서 나는 아무 존재가 아니라는 간단한 상황종료임을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정말 그래야만 할까? 함께 일했던 동료, 조직의 문화와 가치를 체득한 사람, 같은 문제 해결 언어를 공유했던 전문가와의 연결이 그저 사라져버리는 것이 최선일까?


퇴직자를 '동문'으로 부르는 회사


"퇴사는 관계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시작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흥미로운 접근을 취한다. 이들은 퇴직자를 'Former Employee(전직원)'이 아닌 'Alumni(동문)'라고 부른다. 단순한 명칭의 차이가 아니다. 이는 조직과 개인의 관계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관점의 전환이다.


컨설팅 업계는 구조적으로 피라미드형 인력 구조를 가진다. (사실 비단 컨설팅 업계의 구조만은 아니다.)

초기 연차에는 많은 인력을 채용하지만, 파트너급으로 갈수록 자리는 제한적이다.

결과적으로 상당수의 컨설턴트가 일정 시점에 회사를 떠난다. 이것을 인력 유출로 볼 것인가, 아니면 전문가 네트워크의 확장으로 볼 것인가? 맥킨지는 후자를 선택했다.


오프보딩: 끝이 아닌 전환점


대부분의 기업에서 HR의 관심은 온보딩(Onboarding)에 집중되어 있다.

신입사원을 어떻게 빠르게 적응시킬지, 어떻게 조직 문화를 전달할지에 대한 체계는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오프보딩(Off-boarding)은? 대개 행정적 절차 정리 수준에 그친다.


맥킨지의 사례는 오프보딩을 관계 전략의 시작점으로 재정의한다.

이들은 공식 Alumni Center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며, 퇴직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근무 이력, 산업, 직무, 지역 정보를 등록하고 업데이트할 수 있도록 한다. 현직자와 Alumni 간의 연결이 가능하고, 수만 명 규모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다.

그리고 그들이 각자의 새로운 여정에서 필요한 지식, 네트워킹, 기회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맥킨지가 발행하는 연구 보고서와 인사이트, 지역별·산업별 네트워킹 모임, 커리어 기회 정보 등이 지속적으로 제공된다.


왜 기업은 Alumni 네트워크에 투자해야 하는가


이런 투자가 기업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단기적 ROI로 측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세 가지 차원에서 효과가 나타난다.


첫째, 브랜드와 채용이다. "이 회사를 거쳐 가면 다양한 리더십 경로로 진출할 수 있다"는 인식은 강력한 채용 브랜드가 된다. 실제로 맥킨지 출신들은 기업 CEO, 스타트업 창업자, 공공기관 리더, 투자자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되어 있다. 이런 커리어 다양성 자체가 조직 경험의 확장된 가치 제안으로 작동한다.


둘째, 신뢰 기반의 관계 자산이다. Alumni가 의사결정 위치에 있을 때, 과거 함께 일했던 경험은 단순한 인맥을 넘어 업무 방식에 대한 이해와 신뢰로 이어진다. 물론 이것이 자동적인 계약이나 특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같은 문제 해결 언어를 공유한다는 것, 서로의 방식을 이해한다는 것은 협업의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가 된다.


셋째, 지식과 영향력의 확산이다. Alumni는 각자의 조직에서 맥킨지의 방법론, 사고방식, 문제 해결 접근법을 전파하는 전도사가 된다. 이는 컨설팅 프로젝트 하나를 수행하는 것보다 더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영향력을 만들어낸다.


모든 기업에 필요한가?


물론 맥킨지의 방식을 모든 기업이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전문서비스 기업과 제조업은 다르고, B2B 기업과 플랫폼 기업의 맥락도 다르다. 핵심 기술이 외부 유출을 우려해야 하는 산업도 있다.


하지만 본질적인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 조직을 거쳐 간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경쟁자로 볼 것인가, 잠재적 협력자로 볼 것인가? 필요할 때만 만났던 관계가 끝난 과거로 볼 것인가, 새로운 형태로 전환된 현재로 볼 것인가?


특히 전문성이 핵심 자산인 산업일수록, 창의적 인재의 확보와 유지가 중요한 기업일수록 이 질문은 더 절실해진다. 우수한 인재일수록 한 조직에 평생 머무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들이 떠난 이후에도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단절시키는 것보다 조직에 더 이로울 수 있다.


이별을 잘하는 법


결국 오프보딩과 Alumni 네트워크는 '이별을 잘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다.

관계를 억지로 붙들어 두는 것도, 완전히 단절시키는 것도 아닌 새로운 형태의 연결을 만드는 것. 퇴사를 조직 실패나 배신으로 보지 않고, 전문가 네트워크의 자연스러운 확장으로 이해하는 것.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먼저 퇴직자에 대한 존중과 신뢰가 있어야 한다. 그들이 조직의 가치를 체득했고, 어디에서든 그것을 긍정적으로 확산시킬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또한 단기적 성과 지표가 아닌 장기적 관계 자산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제가 아닌 자발적 연결, 통제가 아닌 기회 제공이라는 원칙이 필요하다.


맥킨지의 Alumni 프로그램이 주는 가장 큰 통찰은 이것이다.

조직의 경계는 물리적 소속으로만 정의되지 않는다는 것. 함께 일했던 경험, 공유했던 가치, 체득했던 문제 해결 방식은 퇴사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 연속성을 인정하고 관리할 때, 조직의 영향력은 물리적 경계를 넘어 확장된다.


당신의 조직은 떠나는 사람을 어떻게 배웅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가?

고령화는 증가하고, 인간과 기술이 혼재하는 한편으로, 기술의 역할이 더 커지고 있는 시대에

'더욱더 인간 중심'이라는 키워드 안에는 사회와 기업이 사람을 보호하고 그 사람의 사회적 경험을 배려있게 지지하고 함께 할 수 있는 관점이 우리의 미래에 필요한 일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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