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먹거리
설탕과 MSG, 맛만 있으면 된다?
요즘 방송에서 백종원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모든 방송에서 그를 모셔가기 위해 혈안이고 현재에도 채널만 돌리면 방송하는 백종원의 모습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는 9백여 개나 되는 프랜차이즈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요리 연구가답게 쉬지 않고 새로운 요리를 연구하고 만들어 내는 등,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또한 소탈하고 가식 없는 행동과 적당한 사투리의 억양까지, 권위적이지도 않기에 사람들은 더욱 그를 열광한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백종원, 백선생 현상의 정점은 TV에 나와 직접 요리를 하며 그 레시피를 공개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레시피가 초 간단하여 누구나 쉽게 따라 배울 수 있고 재료 또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어서 더 큰 호응을 받고 있으며, 방송이 끝나면 블로거나 뉴스 기사를 통해 각종 인터넷에 레시피가 삽시간에 수백 여건 포스팅이 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이 정도이니 백종원은 현재 쿡방의 대세이고 시청률을 쥐락펴락 할 만큼 방송의 큰손(?)이 되어 버렸다.
백선생의 요리는 ‘간단하고 빠르고 맛있다’는 점 때문에 각광을 받고 있다. 나 역시 한두 번 그의 레시피를 따라 요리를 직접 해봤고, 맛 역시 나름 괜찮았다. 다만 그의 레시피를 따라 하면서 주저했던 부분은 설탕을 넣는다는 것, 그는 모든 음식에 기본 베이스로 설탕을 사용한다.
http://entertain.naver.com/read?oid=416&aid=0000149469
하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MSG뿐만 아니라 설탕은 요리할 때 일절 쓰지 않는다. 설탕을 쓰지 않는 이유는 요리 자체는 요리에 들어가는 고유 재료의 맛이 부각되어야 하는데 설탕이나 단맛이 강하면 주재료의 맛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는 사람의 몸은 균형적인 영양소가 공급되어야 하는데 단맛에 길들여진 입맛은 달지 않은 음식에 대해 기피하게 되고 결국 편식으로 이어진다.
MSG를 쓰지 않는 이유도 이와 같다. 이미 수 십 년 동안 세계적으로 연구를 통해 MSG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MSG 역시 요리에 조금만 넣어도 마법처럼 맛의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그 맛에 길들여지면 헤어나기가 쉽지 않다. 라면 수프가 그러한 것처럼.
50대 이후의 세대들에겐 어린 시절 중국집(중화요릿집)에 가서 짜장면 실컷 먹어보는 것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던 소원이 있었다. 지금도 그 이야기를 꺼내면 공감하지 않을 사람 없을 정도로 당시 짜장면은 최고의 요리였었다. 그 세대들에게 짜장면에 대한 맛은 이미 익숙한 맛이다.
하지만 그 맛에 길들여진 데에는 짜장면의 핵심인 춘장의 역할이 컸고 그 춘장에는 다량의 MSG가 들어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MSG가 덜 들어간 짜장면을 먹게 되면 단박에 ‘맛없다’라고 하게 된다.
즉, MSG가 인체에 해로운 것은 아니지만 이렇듯 사람의 입맛을 길들여 버리는 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http://www.newsis.com/ar_detail/view.html?ar_id=NISX20150512_0013656913&cID=10204&pID=10200)
백선생 요리의 설탕과 짜장면의 MSG처럼 느끼하면서도 달달 한 그 맛에 길들여지다 보면 모든 음식에서 이 재료들이 반드시 들어가야 하고 넣지 않거나 조금이라도 적게 들어가면 ‘맛없다’라는 반응을 피할 수 없다.
요즘 같은 인스턴트 시대에 집 밥이 그리운 사람들에게 백선생의 레시피는 그야말로 간단하면서도 빠르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 역시 그의 방송을 즐겨보며 그의 레시피를 따라 요리를 해보고 있다. 다만 방송에서 설탕을 듬뿍 넣는 그의 익숙한 손놀림에는 여전히 거북스럽다.
하지만 그가 방송에서 이야기했듯이 설탕이 꺼려지면 설탕을 대체할만한 다른 재료를 쓴다거나 적게 쓰면 된다. MSG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요리를 할 때 단맛이 필요하면 당근이나 양파 등 단맛 나는 야채를 활용하고 조미료는 건멸치, 다시마, 새우, 마른 표고 등을 분쇄하여 직접 만든 재료응 써서 맛을 보태고 국 간장이나 된장, 고추장, 또는 천일염 약간으로 간을 맞춘다. 이 정도 만으로도 충분히 설탕과 MSG를 대체하고 남는다.
그렇다고 내 요리가 남에게 내보이거나 자랑할만한 것도 못 된다. 다만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가족들에게 해주는 나만의 집 밥이니 이왕이면 화학조미료에 길들여지지 않고 재료 고유의 맛을 우리 가족들이 느낄 수 있도록 나름의 배려 차원에서 고집하고 있다.
‘맛있으면 그만’이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재료로 어떻게 만들어서 맛있느냐는 것은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기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특정의 재료로 인해 중독되듯 그 맛에만 길들여지는 것 또한 결국 편중된 식습관으로 사람 몸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백선생의 설탕이나 짜장면의 MSG나 적당히, 아니면 조금 부족한 듯 쓰였으면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듯이 아무리 좋은 것도 과하면 탈이 나는 법, 방송에서도 가급적이면 설탕이나 MSG를 꺼려하는 시청자들을 위해 대체할 수 있는 재료들도 함께 소개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전히 바보상자의 위력은 대단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