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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하 Dec 04. 2017

HOT Placeㅣ숨겨진 ‘멋’과 ‘맛’의 도시, 강릉

최신 이슈&상식ㅣ2016년 07월호


숨겨진 ‘멋’과 ‘맛’의 도시, 강릉

경포대 해수욕장과 정동진으로 널리 알려진 강릉은 누구나 한 번쯤은 다녀간 곳입니다. 그만큼 해안가를 비롯하여 보고 즐길 거리가 많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7월 강릉은 도시가 서서히 달뜨기 시작합니다. 해수욕장마다 사람들의 발길이 늘어나고 소금강, 용연계곡에도 더위를 피하려는 이른 피서객들로 북적대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커피거리로 더 알려진 안목해변을 중심으로 남으로는 정동진, 북으로는 주문진까지 강릉에는 10여 군데의 해수욕장이 있습니다. 해안가 옆으로는 바다와 경계를 이루는 솔밭이 백사장만큼이나 광활하게 펼쳐져 있어 천연의 그늘막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사시사철 캠핑 족들 또한 끊이지 않습니다.


이렇듯 강릉은 휴양의 도시입니다. 하지만 강릉에는 해변과 소금강 등 빼어난 자연경관만 있는 곳이 아닙니다.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강릉의 옛 이름은 ‘하슬라(何瑟羅)였고, 그 기록이 서기 300여 년까지 거슬러 가게 됩니다. 역사가 깊은 만큼 문화 유적과 전통의 얼 또한 여타 지역 못지않게 많은 곳입니다.

대표적인 유적지로는 고려시대 축조된 경포대를 비롯하여 임영관 삼문(국보 제51호), 조선시대 교육기관이었던 강릉향교, 송담 서원과 오봉 서원, 그리고 한국의 전통가옥 가운데 가장 웅장하고 아름다운 선교장 등이 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신사임당과 율곡의 정신이 지금도 이어져 오고 있는 오죽헌과 조선시대 최고의 여류시인이었던 허난설헌의 생가 터와 기념관이 있습니다. 허난설헌은 홍길동의 저자인 허균의 누이이기도합니다.

무형문화재로는 국내 최대의 전통 축제 가운데 하나인 강릉단오제가 있으며, 바닷가 지역답게 풍어와 안전을 기원하는 다양한 별신굿과 그리고 강릉농악, 진또배기 놀이 등이 현재에도 전승되고 있습니다

강릉을 여행하려면 넉넉한 시간을 두고서 가는 게 좋습니다. 동적인 것들과 정적인 것들, 거기에 다양한 먹거리까지 이 모든 것을 즐기고 느끼고 오려면 하루 가지고는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8월보다는 한가한 7월, 바다와 산과 그리고 전통의 멋까지 간직하고 있는 강릉으로 소소한 여행을 떠나시기 권합니다.




경포대(鏡浦臺)

경포대는 경포해수욕장 부근에 있습니다. 경포호와 경포해변의 명성으로 인해 대부분 여행객들이 지나치기만 할 뿐 인산인해를 이루는 한여름 피서철에도 발걸음이 뜸한 곳입니다. 하지만 야트 막 한 언덕 위에 서 있는 이 누각에 오르고 나면 저절로 감탄사를 연발하게 됩니다. 경포호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고 시원스레 펼쳐진 경포해변도 눈에 들어옵니다. 누각에 들어서면 관동팔경 중 으뜸으로 치던 명성만큼이나 율곡 이이 등 당대 최고의 문장가들이 지었다는 현판과 편액 등, 여러 사람의 글이 걸려 있습니다. 사방으로 펼쳐진 풍경과 이곳에서 지었다는 선조들의 글들을 대비하다 보면 그 뜻을 저절로 이해하게 됩니다. 한번 오르면 돌아서기가 못내 아쉬운, 그래서 잠시라도 머물며 유유자적(悠悠自適)하기 안성맞춤인 곳이 바로 경포대입니다.




허난설헌(許蘭雪軒) 생가 터

조선의 정치가이자 문인이었던 허엽(許曄, 1517~1580)의 슬하에는 홍길동의 저자 허균과 조선 최고의 여류시인 허난설헌이 있습니다. 그의 집안은 문인의 집안이었습니다. 허균 외에도 당대 뛰어난 문인으로 평가받는 허성, 허봉 등도 난설헌의 오빠들입니다.

초희(楚姬)가 본명인 난설헌(1563~1589)은 이곳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천재성을 드러내며 스물일곱에 세상을 등질 때까지 때로는 감미롭고, 때로는 과감하기도 하고, 때로는 연민스럽고 가슴 저리게 하는 조선 최고의 시(詩)들을 썼습니다. 그의 동생 허균은 누이의 시를 모아 [난설헌집]을 펴냈고, 그 책은 명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에까지 전해져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생가 터에는 난설헌이 살았던 집과 작품들을 모아놓은 기념관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느린 걸음으로 둘러봐야 합니다. 시구가 눈에 들어오면 그 자리에 한참을 머물며 시(詩)를 음미하여도 좋습니다.


 


초당마을과 초당순두부

초당순두부로 유명한 초당마을의 유래는 삼척부사를 지낸 허엽으로부터 시작됩니다. 허엽은 한때 처갓집이 있던 지금의 강릉시 초당동에 살았고, 그의 호인 초당(草堂)은 현재 이 지역의 마을 이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허엽은 이곳에 머물며 물 좋은 샘물로 두부를 만들고 바닷물로 간을 맞춰 두부를 만들었는데, 그 맛이 담백하고 고소해 널리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이는 사실이라기보다는 전설에 가까운 이야기이고, 실제로는 6.25 전쟁 무렵 생계를 이어가기 위한 방편으로 이 지역 사람들이 두부를 만들어 팔기 시작하면서부터 유래가 되었다고 보는 게 옳을 것입니다. 본격적으로 초당두부란 이름을 걸고 이곳 초당 마을에서 가게를 시작한 것이 불과 30여 년 전이기 때문입니다. 초당두부가 부드럽고 담백한 맛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데는 제조 비법이 한몫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초당두부는 걸러낸 콩 물을 사용하여 장작불에 은근한 불로 끓입니다. 그리고 소금 대신 정제한 바닷물을 간수로 사용합니다. 초당두부 맛의 화룡정점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기차가 서지 않는 안목해변

기차가 지나는 곳이었으면 더 아름다웠을 안목해변은 이제는 해변보다도 커피가 더 유명합니다. 해안을 따라 즐비하게 늘어선 건물마다 횟집이 아닌 커피가게가 대부분 차지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안목해변이 커피로 알려지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살림살이도, 살아가는 날들도 어렵기만 했던 70~80년대 시절 낭만을 쫓던 가난한 연인들에게 바다와 자동판매기 커피 한잔은 그들을 위안하는데 한몫을 했습니다. 강릉 항에서 가까운 안목해변에는 언제부터인가 자동판매기가 놓이기 시작했고, 한때는 수십 여대가 놓일 만큼 문전성시를 이루기도 했다 합니다. 그런데 그 자판기들에서 제공되는 커피는 단순한 믹서 커피가 아니었습니다. 더 좋은 맛을 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와 조절을 통해 자판기마다 각기 다른 맛을 내게 했던 치밀함이 있었습니다. 자판기마다 소위 ‘자판기 바리스타’가 있었던 것입니다. 자판기로 시작된 강릉 커피 역사는 박이추 선생 등이 원두 로스팅 커피를 들여오며 이제는 도시 전체가 콩 볶는 향으로 진동할 만큼 커피도시가 되었습니다. 안목해변의 커피거리가 성업할 수 있었던 데는 오래전이나 지금이나 사람들 마음속에 ‘낭만’이 남아 있기 때문 일 겁니다. 이 작은 해변에 그 ‘낭만’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여전히 끊임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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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시사상식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월간 최신이슈&상식 2016년 7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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