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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하 Jan 15. 2018

능이 전복짬뽕으로 일가(一家)를 이룬 곳-노은면 중앙관

충북 충주시 노은면 중앙관

짬뽕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짬뽕이란 음식은 대단히 경쟁적인 음식 가운데 하나입니다. 언론에서는 전국 5대 짬뽕이니 10대 짬뽕이니 하며 경쟁을 부추기기도 하고, 마치 무협지에 나오는 중원의 무림대결처럼 중화요릿집마다 각자의 특색 있는 짬뽕을 만들어 내세우기에 여념 없습니다.

그마만큼 짬뽕은 짜장면과 함께 온 국민이 즐겨 먹기 때문이지요. 사실 지역적으로 보더라도 중화요릿집은 없는 곳이 드물고 작은 소읍이라 할지라도 짬뽕 잘 한다는 집이 한두 곳쯤은 반드시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사랑받는 짬뽕을 우리는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요? 백과사전 등을 검색해보면 자장면과 함께 1900년대 초 개화기 무렵이라고 합니다. 설은 크게 두 가지로 추측합니다. 일본 나가사키에 살던 중국인이 유학 온 중국사람을 대상으로 ‘나가사키 잔폰’ 이란 음식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데서 유래가 되었다고 하고, 또 하나는 인천 차이나타운이 형성되기 시작하면서 그곳에서 만들어 팔기 시작한 탕러우쓰[湯肉絲麵]라는 중국식 음식에서 유래가 되었다고도 합니다.


확실한 사실은 짬뽕이란 말은 일본에서 유입된 말이 맞고 초창기 짬뽕은 지금의 한국식 짬뽕처럼 붉고 얼큰한 맛이 아닌 맑은 육수에 국수를 넣어 먹었다고 합니다. 오늘날 일본 국수 집에 가면 볼 수 있는 나가사키 짬뽕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개화기에 조선의 관문이었던 인천항은 외국과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다양한 문물들이 유입되는데, 그 당시 들어온 중국과 일본의 음식이 변형되어 오늘날 한국식 짬뽕으로 자리 잡지 않았나 추측합니다. 인천 차이나 타운에 있는 중화요릿집들에서는 짬뽕이 여전히 주메뉴입니다.


이런 짬뽕으로 명성을 얻은 중화요릿집들이 전국적으로 산재해 있습니다. 이런 집들은 한결같이 독특하게 만들어 내는 육수나 이색적인 내용물, 면발 등 자신들이 개발한 조리비법으로 사람들 입맛을 사로잡아 일가(一家)를 이룬 곳들입니다.





충청북도 충주에 노은면이란 작은 면소재지가 있습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충주시에 속하나 중원군이 충주시와 통합되기 전까지는 중원군에 속했던 곳입니다. 이곳에도 독특한 스타일의 짬뽕으로 유명한 중화요릿집이 있습니다. 중앙관이라는 노포 식당입니다.


충주 일대를 여행하기 위해 길나선 느티나무 클럽 여행 동호인들과 이른 아침 중앙관에 들렀습니다. 이곳에 오기 전 동호회원들에게 아침식사를 굶고 오라고 당부를 했지요. 점심식사 시간이 되기 전 도착한 일행은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그 비쥬얼에 놀라더니 이내 아침식사를 굶고 오라했던 그 이유를 알아챘습니다.


이 집의 주메뉴는 능이버섯이 들어간 전복짬뽕입니다. 과장을 조금 더 하자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양이 많습니다. 들어가는 해산물도 홍합을 비롯하여 낚지, 박하지, 키조개, 가리비, 오징어, 새우 등 푸짐하다 못해 그릇이 넘칠 지경입니다. 양이 많다 보니 짬뽕 그릇 또한 직경이 25cm나 되는 걸 사용합니다. 홍합 껍데기를 건져내는데도 팔이 아플 정도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 많은 양을 다 먹을 수 있을까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 이 또한 기우였음을 먹다 보면 알게 됩니다.




이 집에서는 신선한 재료로 짬뽕을 내놓기 위해 해산물은 매일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직접 공수해 오고, 횟집에서나 볼 수 있는 수족관까지 설치하여 신선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중앙관이 단지 해산물 양이 많다고 해서 유명해진 것만은 아닙니다. 깊게 우려낸 육수와 소화 잘 되라고 클로렐라를 넣은 쫄깃한 면발이 푸짐한 해산물과 균형을 이루며 뒷받침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외지고 한적한 시골인데도 불구하고 항상 찾는 사람들로 북적댑니다.


노은면은 한때 금광 개발로 사람이 넘쳐나고 동네가 밤낮으로 들썩이던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멈춰버린 듯 마치 오래된 영화 세트장처럼 70~80년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낙후된 면소재지입니다. 행정구역이 충주시로 되어 있는 것도 어색하기만 합니다. 이런 작은 마을이 점심식사 시간이 되면 사람들로 북적대기 시작합니다. 좁은 길 옆으로 주차전쟁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마치 장날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합니다. 이 모두가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중앙관으로 몰려드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우리말 가운데 일가(一家)를 이룬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느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어 독보적 위치에 오른 사람을 뜻하는 말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짬뽕으로 일가를 이룬 식당들이 많습니다. 일가를 이룬 식당의 특징은 지역이나 위치에 영향받지 않으며 자신들만의 독특한 조리법으로 일정한 맛을 유지합니다. 이곳 중앙관도 일가를 이룬 짬뽕집 가운데 한 곳이라 해도 전혀 손색없습니다. 지역적으로도 멀고 외진 시골에 있지만 그 명성으로 인해 멀리서도 찾아오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아침을 굶겨서 일까요? 여행 동호회원들 대부분이 그 많던 짬뽕을 국물만 남기고 비워냈습니다. 가게를 나오면서 한 마디씩 합니다. “지금껏 살면서 이렇게 큰 짬뽕 그릇과 이렇게 많은 양의 식사를 처음 받아봤다”라고 말입니다. 다행입니다. 맛있게 먹었다고도 한 마디씩 합니다. 중앙관은 충북 충주시 노은면 연하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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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관(043.853.3903)은 충북 충주시 노은면에 있다. 여느 중화요릿집처럼 다양한 메뉴가 있지만 식객들이 가장 많이 찼는것은 역시 능이버섯 전복짬뽕이다. 들어가는 재료가 저렴한 재료가 아니다 보니 짬뽕 한 그릇에 10,000원, 하지만 먹고 나면 전혀 아깝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가격을 받을만 하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에는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 있으니 점심시간을 살짝 피해서 가는 것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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