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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하 Jan 29. 2018

이런 어죽 드셔 보셨나요?

충남 아산시 둔포면 미가정 식당- 장추어죽


보양식의 으뜸 장어와 추어

장어와 추어는 보양식 재료 가운데 드말할 나위없이 으뜸이다. 실제 장어에는 콜라겐과 비타민 A, D, E뿐만 아니라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해 피로 해소와 원기회복에 좋으며 오메가 3 성분까지 있어 콜레스테롤 수치 또한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말 그대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좋다는 건강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게 장어다.

추어(미꾸라지)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 성분을 보면 단백질과 무기질, 비타민이 풍부하고 타우린과 불포화지방산이 있어 성인병 예방에 좋고 특히 칼슘이 풍부해 뼈 건강에 절대적으로 좋은 식재료다.

장어와 추어는 우리 민족이 오래전부터 보양식 또는 강장식으로 먹어왔다. 강이나 바닷가 인근에 사는 사람들에게 장어는 보양제뿐만 아니라 요통, 신경통, 관절염 등 민간요법으로도 이용해왔다고 한다. 내륙에서 잡히는 민물장어 역시 더할 나위 없이 뛰어난 보양제로 인식되어 귀한 대접을 받아왔다. 장어를 먹으면 힘(?) 좀 쓰겠네라는 농담을 할 정도니까.

문헌상 남아있는 추어에 대한 기록은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또한 본초강목에서는 추어를 “양기(陽氣)에 좋고, 백발을 흑발로 변하게 하며, 초롱의 등심(燈心)에 익힌 것(煮(사))이 제일 맛있고, 양사(陽事)에 좋다”라고 하였다.




장어와 추어가 만나 탄생한 장추어죽

이런 장어와 추어가 만났으니 그 영양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겠다. 아산시 둔포면에 있는 미가정이라는 식당에서 내놓는 장추어죽 이야기다. 재료가 좋다고 해서 이것저것 마구 넣는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그 성분에 맞게 적당량과 다른 재료와 조화를 이루게끔 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즉 좋은 재료라고 하더라도 서로 궁합이 맞아야 하고 넘치거나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


앞서 말했듯 장어에는 뛰어난 성분이 많지만 느끼함 때문에 많이 먹기가 어렵고, 추어는 특유의 흙냄새를 잡아내지 않으면 먹는데 거북스럽기까지 하다. 이러한 느끼함과 흙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장어탕에는 방아잎을, 추어탕에는 산초가루를 넣고 된장과 들깻가루, 다양한 야채를 듬뿍 넣어 끓여먹는다. 하지만  느끼함과 흙내를 제거하며 본연의 맛을 유지하기란 생각보다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어죽이나 장어탕, 추어탕을 제대로 끓이는 식당들 특징은 먹어보면 한결같이 잡내가 없고 걸쭉하면서도 구수하고 입맛 돋우는 맛이 난다.


미가정에서는 장어와 추어, 그리고 다른 민물고기까지 넣어 묵직하게 어죽을 끓여낸다. 그 조합이 어느 한쪽에만 치우치지 않는다. 물론 장어와 추어, 그리고 민물 잡어까지 넣었으니 재료 각각의 개성 있는 맛이 도드라지지는 않는다. 짬뽕과도 같다고나 할까? 하지만 다양한 재료가 한데 어우러져 잘 비벼진 비빔밥 한 그릇 먹는 것처럼 가볍지 않고 걷돌지 않는 맛을 낸다. 말 그대로 보양죽 먹는다 라는 느낌이 저절로 들 정도다. 이런 맛을 내고 유지한다는 것은 주인장의 부단한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가정의 또다른 별미 대파김치

이곳 미가정 장추어죽은 쌀알과 국수가 함께 들어있는 어죽이다. 그 위에 기호에 따라 들깨가루를 가미하여 먹으면 된다. 산초가루 등 향신료는 따로 있지 않다. 그마만큼 끓여내는 과정에서 잡내를 잡아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비릿한 음식을 전혀 먹지 못하는 사람도 미가정 장추어죽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먹는다.

이집의 또 다른 특이점은 일반 식당에서는 잘 내놓지 않는 대파 김치를 밑반찬으로 내놓는다는 점이다. 대파는 모든 음식에 밑재료로 들어가지만 맵고 아린 맛 때문에 단일 식재료로는 잘 쓰지 않는다. 하지만 대파 김치를 잘 담그면 파 특유의 맵고 아린 맛은 사라지고 달큼한 맛과 김치 본연의 맛이 살아난다. 미가정 대파 김치는 장추어죽과 궁합이 제대로 맞는다. 특히 어죽 뜬 숟갈 위에 대파 김치 한 조각을 얹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미가정 식당이 있는 아산시 둔포면은 아산시와 평택시 중간쯤에 있다. 도시를 벗어난 약간 외진 곳이다. 지역민이 아닌 이상 지나가다 들리기에도 고속도로에서 한참을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일부러 시간 내서 찾아가 먹어볼 만한 어죽이다. 특히 보양식 좋아하는 사람이나 부모님 등 어르신들에게 대접하기 좋은 어죽이고, 또한 술 좋아하는 사람들 속풀이 해장국으로도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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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가정 식당(041.534.0592)은 충청남도 아산시 둔포면에 있다. 민물장어구이 전문점이지만 장어구이보다 장추어죽으로 더 알려진 곳이다. 별도 메뉴로 추어튀김과 새우튀김이 있으나 추어튀김은 생추어로 튀겨내는 게 아니어서 맛이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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