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07071967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하 Nov 02. 2019

19074

20191102

이사한 친구 집에 들렀다. 결혼 25년여 만에 마련한 첫 집, 얼마나 감개무량하며 기분 좋을까. 15층 거실 밖으로 보이는 전망이 시원하며 아름답다. 저 창 너머로 사계절의 다양한 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지겠지.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던 옷장을 옮기고 근처 가든에 가서 닭백숙에 곁들여 한동안 감기 때문에 참았던 소주도 몇 잔 마셨다. 그리고 다시 친구 집으로 돌아와 백주한 병 비워내고 더 취하기 전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각각의 사람이 만나 자식을 낳고 일가(一家)를 이루며 산다는 게 얼마나 멋지고 행복한 일이던가. 친구는 화목하게 살아왔고, 열심히 살아왔고, 늦게나마 평생을 안착해서 살아갈 보금자리까지 마련했으니 일가를 이룬 보람이 제대로 보상된 게 아니겠나.


집으로 오는 길, 내 모습을 반추해 본다. 돌이킬 수 없는 삶이란 과정을 살아오며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얼마나 부지기수로 했던가. 그 가운데 잘한 결정도 있었겠지만 오늘, 이 시점에서 돌이켜 보면 잘못된 것들만 기억에 남아 있는 듯하다. 얼마의 삶이 앞으로 남아 있는지 알 수 없겠지만 또 얼마나 잘못된 결정을 번복하며 살아갈까 하는 생각에 이르니 오르던 취기가 달아나는 듯하다. 


결국  잠들 기 전 정체 불분명한 수류탄 백주로 마무리, 취기로라도 나의 내일을 잊어내려 애쓴다.

그나저나 핑곗김에 독주를 더 마셨으니 감기가 좀 물러나려나?



매거진의 이전글 1907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