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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하 Feb 29. 2016

벽소령(碧宵嶺)에서

벽소령(碧宵嶺)에서

                                       黃 河



발아래 저어기 어디쯤에

머물던 상념(想念) 남아 있을까

돌아보면 모래알도 아닌,

한 줌 재와도 같은 존재

체념하듯 나풀대는 갈잎조차도

바람 오면 그  바람 맞이할 이치 아는데

가슴에 세워둔 부동석(不動石)은

잔 부스러기만 쓸어 모아

수미산(須彌山)을 넘보고 있다

내려가야 할 길이 천리길이어도

반야봉 돌아가는 한 무더기

노을 물든 구름 닮을 수 있다면

한달음에 마음 빗장 뛰어넘지 못할까마는

발끝에 걸리는 돌부리에도

그대로  주저앉음이니

발아래 세상 떠나왔음이라

한마디 말조차 꺼내지 못한다

비우지 못할 바에는 담지도 말라고

계곡을 거스르는 물줄기조차

벽소령 넘나드는 한줄기 바람조차

늘어진 어깨 끝에  걸터앉아 채근거린다


허공을 가르는 새 한 마리

날갯짓 소리만 요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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