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河
300원 자동판매기 커피 한 잔이
때로는 언 가슴을 녹여 줄 때도 있구나
진눈깨비 흩날리는 새벽 다섯 시
긴 밤을 훑어낸 사내
화서역 승강장에서
자동판매기 커피 한 잔으로
살얼음 박힌 긴 밤을 걷어내고 있다.
침목 사이를 헤집고 한 시절을 맞서 버틴
메마른 망초의 꼿꼿함이
노도(勞道)에 지친 사내를 부축이고
잔 햇살의 따스함 마냥
손끝으로, 목덜미로
타고 흐르는 작은 미열(微熱)이
검푸르스런 새벽을 여는 화서역 승강장.
300원 자동판매기 커피 한 잔으로
생(生)을 깨운 사내,
다시 허리춤 곶추세우고
첫차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