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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하 Jul 02. 2016

화서역에서

화서역에서

                                 黃河


300원 자동판매기 커피 한 잔이

때로는 언 가슴을 녹여 줄 때도 있구나

진눈깨비 흩날리는 새벽 다섯 시

긴 밤을 훑어낸 사내

화서역 승강장에서 

자동판매기 커피 한 잔으로 

살얼음 박힌 긴 밤을 걷어내고 있다.


침목 사이를 헤집고 한 시절을 맞서 버틴

메마른 망초의 꼿꼿함이 

노도(勞道)에 지친 사내를 부축이고

잔 햇살의 따스함 마냥

손끝으로, 목덜미로 

타고 흐르는 작은 미열(微熱)이 

검푸르스런 새벽을 여는 화서역 승강장.


300원 자동판매기 커피 한 잔으로

생(生)을 깨운 사내,

다시 허리춤 곶추세우고

첫차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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