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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하 Jul 02. 2016

서울, 은하철도 2016

서울, 은하철도 2016

                                     黃河


성수역에서 2호선 순환열차를 탄다

열차는 비틀거리기를  몇 번 하더니

이내 허공을 향해 발진을 한다.

덜거덕 덜거덕

열차는 이제 안드로메다를 향해

메갈로폴리스를 가로질러간다.


객실 칸칸마다 가득 찬 사람들은

두려움 잊으려

애써 마셔댄 독주의 흔적들을

덕지덕지 창가에 걸어놓고

허공에 매달아 놓고

스스로 위안하며 자신만의 메텔을 기다린다.

그러나 메텔은 나타나지 않을것이다.



열차는 어둠 내린

낯선 공간에 간간히 정차하며

그곳의 인식표를 지닌

사람들을 어둠 속으로 밀쳐낸다.

메갈로폴리스를 벗어나지 못한 열차는

비척거리며 낙화를 준비한다.

아우슈비츠 그들처럼

객실 안 남아 있는 그들은

체념 한 채 멈춰질 시간을 기다리고

차갑고 잔혹한 어둠은

블랙홀 마냥 게걸스레 입을 벌린 채

잠시 후면 토해져버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어둠의 침샘에서는 연신 허공에 비를 뿌리고

안드로메다에 이르지 못한 열차는 결국

퀭한 신도림역에서 갈무리한다.

메텔을 기다리던 나도 신도림역을 빠져나와

버리지 못한 인식표를 움켜쥐고

그녀를 찾아 비척거리며

우주 속으로 사라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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