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토파이 스터디 운영 후기

스킬셋 향상이 아닌, 프로세스를 고민하기

by 장준혁
©ProtoPie



첫 단추는 신중하게


올해 업무 목표를 세우면서 가장 먼저 떠올렸던 내용이 팀의 인터랙션 디자인 역량 강화에 기여해 보자는 것이었다. 그 중에서 특히 프로토타이핑에 대한 교육 내지 스터디 운영은 이전에 한 번 해본 적도 있었고, 나름 스스로도 재미와 보람을 찾을 수 있었던 터라 큰 무리는 없으리라 예상했다.


몇 년전에 진행했던 프레이머 클래식 스터디의 시행착오를 보완하고자, 이번에는 팀원들이 어떤 방식의 스터디를 원하는지 설문을 진행하는 것으로 첫 단추를 채웠다.


설문 결과, 프로토타이핑이 가장 필요했던 순간은 (당연하게도) 인터랙션 테스트였고, 사용 경험이 있는 툴과 배우고 싶은 툴 모두 프로토파이가 가장 높은 득표수를 보였다. 한 가지 눈에 띄는 의견으로는 본인의 수준에 맞는 차수부터 참여하고 싶다는 의견이 있었다.


툴은 정해졌지만, 수준별 학습(?)에 대해서 고민해야 했다. 한 두 번 사용해보면 어느 정도 활용이 가능한 덕분에 너무 쉬운 내용은 넘어갔으면 하는 것이 일부 팀원의 바람이었다. 일단 커리큘럼이 필요했다.



커리큘럼 만들기


프로토파이의 각 기능들을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누어 보고 그 중에서 팀에 필요한 기능들을 뽑아 문서로 정리해 보았다.


초급 — 오브젝트 만들기, 기본적인 트리거/리스폰스
중급 — range/chain/condition, 변수와 함수
고급 — 센서 활용, send/receive


여기서 고급에 해당하는 내용들은 당장 필요하지는 않은 기능이었으므로 제외하고 초급, 중급 기능들로 커리큘럼을 정리했다.


이대로 진행할 수 있을까?


팀원들의 업무 일정을 고려해서 같은 내용을 2회차에 걸쳐 진행하고, 어느 정도의 의무감을 부여하기 위해 각 차수 마지막에 과제를 추가했다. 2회차가 종료되면 그 다음주에 과제 설명 및 Q&A를 진행하는 식으로 일정을 수립했다.


커리큘럼은 미리 팀원들과 공유하여 수준별로 원하는 차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했는데, 아무래도 회사 업무라는 것이 항상 변수가 있는 터라 차수별로 참여자는 들쑥날쑥했고, 내 일정이 허락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예상한 결과였으나 이런저런 일들로 한 주가 몽땅 날아가는 경우에는 스터디 운영자로서 무력감이 드는 순간도 있었다. 결국 그때 그때 유동적으로 스터디를 진행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것이 또 스터디의 묘미 아닐까?


1*ijxjy3vQ7FNT1BV1I0SjiA.jpeg
1*CO9YjK7TfyNrpcDGcZwkHw.jpeg 스터디 운영자의 흔한 마음가짐.jpg ©Nippon Animation



부엉이를 그리는 방법

사실 프로토파이는 러닝커브가 낮아 직접 실행해서 이것저것 써보고 나면 일정 수준의 프로토타이핑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친절한 툴이다. 그런 까닭에 처음에는 툴에 대한 소개나 실습 보다 실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소소한 팁이나 애니메이션의 속성과 관련한 설명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초급은 그럭저럭 순조롭게 완료 되었지만, 문제는 중급에서 발생했다. range와 chain은 낯선 개념이기 때문에 가급적 이론과 예시를 통해 자세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성스레 준비했던 예시는 브런치 앱의 뷰어 인터랙션이었다.


1*hkOB81LMnwEfuFiiZ_1qSg.gif 괜찮을 줄 알았는데...


range와 chain을 두루 사용하면서 구현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모두들 그저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짐작건데 탭해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만 보다가 갑자기 복합적인 움직임을 보자 당황한 것 같았다.


1*Vz46c7zaV6rQ1ldbYNTkpw.jpeg 이런 느낌이었을까?


결국 과제는 건너뛰고, 한 주 뒤에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설명하게 되었다. 대신 이번에는 간단한 예시를 직접 만들어 가면서 하나 하나 차근차근 설명했다. 곧바로 UI에 적용하기 보다는 기본 사각형 레이어 두 개를 놓고, range 혹은 chain을 적용했을 때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를 먼저 시연했다.


그리고 나서 스크롤 컨테이너와 상단 커버 이미지를 chain으로 연결하여 스크롤에 따라 이미지가 확대/축소 되는 인터랙션을 천천히 만들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아무래도 만들어진 예시를 구경만 하는 것보다는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고 따라하는 편이 이해하는 데에 더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마지막 단추는 어떻게 채울까


어느덧 스터디는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마지막 남은 변수와 함수는 range와 chain 보다 조금 더 까다로울 수 있는 개념이기 때문에 가급적 천천히, 그리고 실습 위주로 진행해야 할 것 같다. 예시와 설명들을 잔뜩 준비하기는 했지만 이번에도 장황하게 설명부터 늘어놓았다가는 어색한 침묵을 또 한 번 견뎌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무리를 앞둔 소회를 미리 밝히자면, 참여했던 분들이 프로토파이라는 ‘스킬셋을 하나 더 장착했다’ 라기보다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시작했다’ 라고 받아들였으면 한다.


이번 스터디를 통해 생각만 하던 것을 조금 더 표현하는 것, 타직군과 협업할 때에 오류를 조금 더 줄여보는 것에 대해서 한 번 더 고민하고, 새로운 방법들을 시도하는 분위기가 생긴다면 더 없이 멋진 결말이 될 것 같다.




2019년 3월 19일에 발행한 미디엄 원문 링크를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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