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이 순간 행복한가.

by 레인
이 주제로 글을 끄적인 적이 있었나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누군가 (특히 아직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 한 사람과 평생을 함께할 결심을 할 때, 수많은 가치관 중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질문할 때면.
사람의 가치관이란 게 무수히 많은 생각의 방향성, 그 총체일 테지만, 모든 결정을 아우르는 한 가지는 ‘현재를 살아갈 것인가, 미래를 준비할 것인가.’에 관한 비중인 것 같다. 오늘을 즐기자, 조금 참더라도 미래를 위해 준비하자가 4:6 혹은 5:5인 사람이 같은 주제에 대해 8:2 혹은 9:1의 가치관을 가진 사람과 걸음의 방향, 속도를 맞춰 평생을 걸어간다는 건 꽤 잦은 마찰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일. 이건 비단 경제적인 영역에 국한되는 작은 일은 아니다.
중학생이 되던 해의 생일 선물이 체크카드와 입출금 통장이었고, 부모님의 그늘 아래 함께 생활할 때까지는 부모님의 잠을 방해하지 않도록 늦지 않게 귀가해야 했으며, 컴퓨터 게임 역시 해당 판이 끝나지 않았더라도 약속한 시각의 알람이 울리면 꺼야 했던 양육 환경에서 MBTI 성격유형이 극 STJ가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하였을지도 모르겠다. 다시 말해 올바른 생각과 태도, 예의범절 등을 기르기 위한 갖은 통제 속에 자라온 내게 현재와 미래에 대한 비중, 그 가치관이 이렇게 자리 잡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
가치관이란 명제가 아니기에 옳고 그름으로 구분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성인의 정립된 가치관이 바뀐다는 건 웬만큼의 큰 사건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고. 인간이 상실을 느끼는 강도는 지극히 개인적이기에 순위를 매길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첫째는 가족 혹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고, 둘째는 이혼이나 이별 등 가장 친밀한 관계의 맺음이라고 한다. 학창 시절 도덕 시간에 진행되었던 가치 경매에서 소유한 재화의 전부를 투자해 결혼을 선택했었다. 이유를 묻는 선생님께 어린 내가 했던 답은 다음과 같다. 세상의 부와 건강 등 모든 것들을 가지더라도 그 가치가 나와 평생을 함께할 사랑하는 이와의 동행보다 높지 않을 것 같다고.
이런 나이기에 상실감으로 인해 무너졌던 건 유별난 게 아니라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하여 가치관도 크게 바뀌었다. 요즘의 내게 다시 같은 질문을 한다면, 현재를 즐겨야 한다는 비중이 7이라고 답할 만큼. 제아무리 철저한 계획하에 이를 실천하고 지켜나가며 살아가더라도 인간의 삶이란 정말 문자 그대로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는 걸 체득했다. 현재의 노력과 애씀이 그저 훗날을 위한 버팀에 불과하게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미래의 안정이 중요함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현재, 지금, 이 순간에 행복하지 않다면 그건 행복하지 않은 것이라는 아주 단순한 사실을 알게 되었을 뿐. 당신은 지금, 이 순간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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