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브런치라는 이름의 시간

브런치에서 하는 브런치 이야기

by JUNI KANG

브런치라는 이름의 시간


아내와 일본에 여행을 갔다.

언젠가는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 오키나와.

12월의 오키나와는 낮에는 가을 같은 날씨였다.

햇살은 부드러웠고, 바람에는 아직 여름의 뜨거운 기운이 남아 있었다.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만큼은 서두르지 말자고 했다. 하루쯤은 느긋한 브런치를 먹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날은 헤도곶을 가는 날이었다.
아침 일찍 호텔을 나서 곧장 차를 몰았다.

가는 길에는 좌측운행과 우측 운전대도 문제 될 게 없었다.

그냥 천천히 길만 따라가면 됐다.

차들은 모두 서행이었고, 가는 길마다 반쯤은 바다가 보였다.
배가 고파오긴 했지만, 멋진 브런치를 꿈꾸며 드라이브를 즐겼다.


햇살이 가득한 헤도곶에 도착했을 때, 사람은 거의 없었고 주변은 놀랄 만큼 한가했다.

시간은 오전 10시 40분.

땅끝의 휴게소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며 브런치를 떠올렸다.


커피와 팬케이크.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브런치란 원래 그런 거니까. 배를 채우는 것보다 시간을 먼저 즐기는 식사.


하지만 카페의 메뉴는 우리가 생각한 것과 달랐다.
거의 현지인의 음식뿐이었다.

우리는 그나마 익숙해 보이는 오키나와 소바와 타코스 롤 햄 치즈를 주문했다.

그리고, 아메리카노 한 잔씩.


오키나와 소바와 타코스 롤 햄 치즈


이름만 놓고 보면 브런치에 가장 가까운 선택처럼 보였지만, 오키나와 소바는 한 입을 먹고는 그대로 손을 놓았다.

역시 현지인의 입맛과 여행자의 입맛은 그 괴리가 너무 컸다.

우리는 겸연쩍게 웃으며 음식을 모두 반납구에 넣고 나왔다.


그날 우리의 브런치는 그렇게, 물거품처럼 사그라졌다.

햇살은 여전히 좋았고, 시간도 충분했지만, 브런치는 없었다.

커피도 팬케이크도 아닌 채로 오전은 지나갔다.


여행 중의 음식은 그렇다.
맛있는 음식을 만나면 그건 행운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내 입맛에 맞지 않으면, 여행이라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낯선 곳에서 나와 꼭 맞는 입맛을 찾는 건 처음부터 욕심이다.

결국 현지인의 입맛에 맞추어보아야 할텐데, 나의 입맛은 아직 그리 느슨해지지 못했다.


내일은 과연 멋진 브런치를 만날 수 있을까.
어쩌면 또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브런치라는 이름의 시간은, 늘 계획과는 다르게 찾아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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