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묻기만 하는 사람

자기 얘기는 하지 않는 사람

by JUNI KANG


어떤 사람은 질문이 많다.


어디서 일하는지,
집은 어디인지,
요즘은 괜찮은지.


그러다 어느 날은
월급을 얼마나 받는지까지 묻는다.


그 순간, 마음 어딘가가 멈춘다.
대답을 해야 할 것 같지만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닌 것 같고,
아무 말도 하지 않자니
괜히 내가 예민해 보일까 싶다.


웃으며 넘기자니 어색하고,

솔직히 말하자니
어쩐지 내가 벗겨지는 느낌이다.


그는 나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듯하다.
지난 직장과 퇴사 이유,
힘들었던 시기,
그리고 숫자로 환산된 나의 가치까지.


그런데 나는
그에 대해 거의 아는 게 없다.


나는 원래
남의 사생활을 캐묻는 사람이 아니다.
그가 이야기하는 만큼만 듣는다.
굳이 더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대화는 오가는 것이라 배웠는데
어느 순간 나는 투명해지고
그는 희미한 그림자처럼 남는다.


왜 어떤 사람은
그렇게 묻기만 할까.


혹시 그는
정보를 많이 알수록 관계가 안정된다고 믿는 걸까.
상대를 알아야 안심이 되고,
자신은 드러내지 않아야 안전하다고 느끼는 사람일까.


월급을 묻는 질문도
악의라기보다는
경계의 감각이 서툰 마음에서 나온 건 아닐까.


세상에는
자기 이야기를 꺼내는 법을
제대로 배워보지 못한 사람도 있다.


자신을 말하는 대신
상대를 묻는 방식으로
관계를 이어온 사람.


하지만 나는 안다.

아무리 따뜻한 어조라 해도
어떤 질문은
마음을 헤집는다.


관계에는 온도가 있다.
가까워 보여도
들어가도 되는 영역과
조심해야 할 선이 있다.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모든 질문에 다 답할 필요는 없다는 것.


웃으며 넘겨도 괜찮고,
“그건 비밀이야.”
그렇게 말해도 괜찮다는 것.


그리고 언젠가
그가 자기 이야기를 꺼낼 준비가 된다면
그때는 내가 묻지 않고
조용히 들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


묻는 사람도,
대답하는 사람도
어쩌면 아직
관계를 배우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2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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