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즐거운 상상

골목의 커피 향

by JUNI KANG


어느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어디선가 커피 향이 났다.

실제로 커피 향이 났는지 생각이 그랬는지 모르겠다.

문득 이 골목에도 작은 카페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그런 날이 있다.

같은 풍경인데도 시선이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발걸음도 이유 없이 느려지는 날.

그런 날 나는 골목 어딘가에 작은 카페 하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간판은 크지 않아도 좋다.

오히려 글씨가 조금 바래고, 문도 눈에 띄지 않아서 모르는 사람은 그냥 지나치는 그런 가게.

문을 열면 '딸깍', 조용하고 단단한 소리가 먼저 들리고 그다음에야 커피 향이 천천히 따라 나오는 곳이면 좋겠다. 향이 한꺼번에 쏟아지지 않고, 공기 사이로 천천히 스며드는 것처럼 말이다.


가게 안은 넓지 않아도 된다. 커다란 기계 대신 작은 로스터 하나가 구석에서 느리게 돌아가고, 주인은 말이 많지 않은 사람이면 좋겠다. 물어보면 대답하고, 묻지 않으면 조용히 자기 일을 하는 사람. 매일 아침 그날 팔 만큼만, 욕심내지 않고 조금씩 볶는 커피. 많이 팔려고 서두르지 않고, 그 리듬대로 하루를 보내는 가게이면 좋겠다.


그 안에서 나는 가끔 음악을 듣는다.

재즈도 좋고 흘러간 팝송도 좋다. 잔잔하게, 배경처럼 흘렀으면 좋겠다.

비가 오는 날에는 책을 펼치고 빗소리도 함께 듣는다.


어느 날은 만년필과 스케치북을 들고 가 창밖 풍경이나 테이블 위의 컵을 무심한 선으로 그려보는 것도 좋겠다. 눈을 지그시 감고 언젠가 가 보았던 여행지의 풍경을 되새기는 것도 좋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 없이, 그냥 거기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오후.


그래서인지 그 길을 지날 때마다 아주 희미하게, 하지만 분명하게 커피 향이 남아 있었으면 한다.

바람이 불면 잠깐 왔다가 사라지고, 가만히 서 있으면 다시 느껴지는 그런 향기.

누군가는 그냥 지나가고, 누군가는 한 번쯤 고개를 돌려보는.

굳이 멈추지 않아도 지나가는 것만으로 기분이 조금 달라지는 향 말이다.


나는 그 앞에서 괜히 발걸음을 늦추고 향을 한 번 깊이 들이마신다.

들어갈까 말까 잠깐 망설이다가, 오늘은 시간이 없다. 다음에 오자. 하고 혼자 중얼거리며 다시 걸음을 옮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기분은 이미 조금 달라져 있다.


향긋하다는 말이 딱 맞는 것도 아니고, 기분이 좋아졌다고 하기도 애매하지만, 아까보다는 분명히 조금 가볍다. 골목을 다 빠져나올 때쯤이면 그 가게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흐릿해지겠지만, 그 잔향은 하루의 어딘가에 조용히 남아 있을 테다.


그런 카페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냥 그 카페가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