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il Choi Mar 10. 2016

첫 글

미국 살이, 그 계획되지 않았던 10년

미국에 산다는 것을 뭔가 특별하게 생각해본 일은 없다.

허울 좋게 박사학위를 하고 싶다는 사기 같은 결심으로 나 자신도 어쩌면 주변 사람들도 모두 속인 것처럼

미국으로 왔다. 하지만 미국 유학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고, 어렵고, 돈도 많이 들었다.


벌써 거의 10년의 시간이 흘렀고, 그 시간 동안 학교를 졸업하고, 결혼도 하고, 처음에 결심했던 대학원도 포기했다. 무직으로도 살아봤고, 프리랜서로도 일해봤고, 무수한 헤딩 끝에 작은 회사에도 입사해봤다.

그리고 그 작은 회사가 문을 닫는 것도 경험해봤으며, 이제는 미국에 있는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그런 큰 회사에 다니게 되었다. 그리고 하고 싶은 일, 직책을 맡아서 일 하고 있다.


학벌이 좋은 것도, 학위가 높은 것도 아니며,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것만 생각하며 온 10년 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나름 평균 이상의 연봉을 받는 회사에 다니고 있고, 회사에서 괴로운 일도 없으며, 오로지 앞으로의 일만 잘 계획하고 관리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 중산층에 온전히 들어갈 수 있는 그 위치까지 왔다.


이쯤 되어서 글을 써보니 10년이란 세월은 참 덧없이 흘러버렸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시간을 되돌린다면 "아마도, 내가 더 잘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혹은 내가 평균 이상으로 잘해서, 열심히 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운이 좋았다. 그리고 간절히 바랬다."라는 말이 더 적확한 표현에 가까울 것이다.

그 미국 살이 10년을 몇 달 남기지 않은 지금, 나는 온전히 재미교포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아직 그 단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지도 모른다.

2016년 5월 26일, 이 날이 되면 내가 미국에 온지 딱 만 10년이 되는 날이다. 아직도 나는 그냥 한국 남자, 그리고 이제 제법 아저씨라는 말에 익숙해진 나이가 되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 보는 것, 말하는 것, 행동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이 이제는 단 한 가지 단어를 가리킨다. "재미교포". 법적으로도 미국에 사는 것에 전혀 제약이 없고 온전히 미국 사람들에 둘러싸인 환경에서 살고 있다. 한국에서 흔히들 상상하는 한인타운은 구경도 할 수 없는 그런 곳이다. 그러나 나는 아직 그 단어가 어색할 뿐이다. 그렇게 나는 미국에 살고 있다. 한 번도 계획하지 못했던 것처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