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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il Choi Mar 11. 2016

아침에는 커피 한잔

미국 직장인, 그리고 커피

아마도 6,7년 전쯤의 일이다.


내가 사는 이곳에 큰 폭풍이 왔었다. 비도 오지 않으면서 바람만 미친 듯이 부는 그런 날씨였다. 120만 가까운 사람들이 사는 이 도시에 반 이상이 전기가 없이 사는 상황이 벌어졌다. 냉장고 없이는 딱히 뭐를 만들어 먹기도  장을 보기도 힘들었다. 다행히도 많이 춥지 않은 겨울날이었기에 주말 아침 먹을 곳을 찾아 길을 나섰다. 운 좋게 영업을 하고 있는 도넛 가게를 찾게 되었고. 거기에는 거의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다.


바로 앞에 서있던 한 아주머니가 말을 했다. 도넛도 필요 없고 샌드위치도 필요 없고 그냥 커피 한잔만 먹으면 된다고. 끼니는 거를 수 있어도 커피는 거를 수 없다는 확고한 신념이 담긴 한마디였다. 지금은 나도 그렇다. 확고하게 아침은 굶을 수 있지만 커피가 필요하다. 차는 안된다. 커피다... 뭔가 다른 액체는 채워주지 못하는 그런 것. 그렇다 그냥 중독일 것이다. 부정하지 않는다. 두 모금만 먹어도 마술처럼 머리가 맑아지는 그 묘약...


아침의 커피......


이렇게 본의 아니게 커져버린 커피의 의미가 직장인이 되고 나서부터는 더욱 커진 듯하다.

그것은 단순히 카페인 섭취를 넘어선 소셜라이징의 중요한 매개체이다. 보스와 부하직원의 좀 더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는 미국에서, (적어도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커피타임은 좀 더 사적이고 편안한 대화를 하는데 도움을 준다. 미국인들이 겉으로든 진심으로든 대체적으로 친절하지만, 개인 간의 좀 더 가까운 관계를 위해서는 수십 장의 얇은 벽들을 뚫고 가까워져야 함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 부분은 다음에 더 이야기하고 싶다.) 이 오분에서 십분 남짓의 시간은, 동료들과 상사와 혹은 다른 팀의 사람들과 쉽게 이야기할 기회를 만들어준다.


욕심 부리지 말자. 그냥 어렸을 때  학기초, 처음 보는 반 친구에게 지우개를 빌리듯이 이야기하자. 즐거운 직장 생활을 위해서는 친구가 필요한 거니까.

 

반드시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나는 그 시간과 순간을 그렇게 이해하고 사용한다. 친구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하지만 아마도 처음부터 잘 보이겠다는 생각으로 사용한다면 바로 거부당할지도 모른다. 그냥 친구를 사귄다는 생각으로 사용하고 있다. 회사에서라면 더욱 쉽다. 공짜 커피이니까 모두에게 부담도 없다.



오늘도 힘겹지만 즐거운 하루를 위해
오늘도 출근하면, 옆자리 동료에게 인사와 함께 묻는다. 마술 같은 그 한마디... 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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